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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 8 장 종말의 발단 5.

Joyfule 2008. 11. 16. 02:30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 8 장 종말의 발단 5.  
    나는 흙에 뒤덮이고 많은 상처를 입고 백양나무 곁에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나는 지하실에 누워 있었고 포탄이 나의 머리 위에서 우르릉거리고 있었다. 
    나는 화물자동차 안에 누워서 황막한 벌판 위를 덜거덕거리며 지나갔다. 
    나는 대개 잠을 자고 있었거나 아니면 혼수상태였다. 
    깊이 잠들면 잠들수록 나는 무엇인가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고,
    나는 나를 지배하는 어떤 힘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격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마구간의 짚더미 위에 누워 있었다. 
    몹시 머두워 누군가가 내 손을 밟고 지나갔다. 
    그러나 나의 내심은 더 계속해서 가려고 애썼다. 
    한층 더 강력하게 그것은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는 다시 차 안에 누워 있었고, 
    그 후에는 들것인지 사다리 위에인지 누워 있었다. 
    점점 더 강력하게 그 어느 곳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고 있음을 느꼈고 
    마침내 나는 그곳에 가야만 한다는 절박감 외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드디어 나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밤이었고, 나는 완전히 의식을 회복하고 있었다. 
    바로 이 순간 나는 내 마음속에서 강력한 끌림과 절박감을 느꼈던 것이었다. 
    나는 내가 어떤 홀 바닥 위에 잠자리를 펴고 드러누워 있으며 
    내가 부름을 받은 바로 그곳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나의 매트리스 바로 옆에 다른 매트리스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누군가가 누워 있었다. 
    그는 몸을 굽혀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위에 표지를 갖고 있었다. 
    그는 막스 데미안이었다.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말을 할 수가 없었거나 하려고 하지를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머리 위 벽에 걸린 등불이 그의 얼굴을 비쳐 주었다.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한히 오랜 시간을 그는 끊임없이 내 두 눈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천천히 그의 얼굴을 내 가까이로 가져와 
    우리는 거의 얼굴이 맞닿을 정도가 되었다.
    ”싱클레어!~” 그는 거의 속삭이듯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눈으로 그에게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거의 동정에 가까운 미소를 지었다. 
    ”꼬마!”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입은 이제 나의 입과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그는 나직이 말을 계속했다. 
    ”프란츠 크로머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 그는 물었다. 
    나는 그에게 눈을 깜박여 보였다. 미소를 지을 수도 있었다. 
    ”어린 싱클레어, 들어봐! 나는 떠나지 않으면 안 돼. 
    자네는 아마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게 되겠지. 
    크로머나 그밖의 일에 대해서 말야. 
    그때 자네가 나를 부른다고 해서 나는 이미 그렇게 쉽게 
    말을 타고 가든지 기타를 타고 가든지 할 수가 없을 거야. 
    그럴 때에는 자넨 자기 자신의 내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네. 
    그러면 내가 자네의 내부에 있음을 알게 될 거야. 알겠어?
     ---그리고 조금만 더! 
    에바 부인이 부탁했어. 만약 자네가 언젠가 나쁜 처지에 있을 때는
     그녀가 나에게 주어 보낸 입맞춤을 자네에게 해주도록 말이네‥‥‥ 
    눈을 감게, 싱클레어!” 
    나는 순순히 눈을 감았다. 
    그치지 않고 쉴새없이 피가 조금씩 흐르는 내 입술 위에 
    그가 가볍게 입맞추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리고 나는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다. 
    붕대를 감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마침내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자 나는 빨리 옆의 매트리스로 몸을 돌렸다. 
    거기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이 누워 있었다. 
    붕대를 감는 것은 몹시 아팠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열쇠를 발견했고, 
    때때로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형상이 졸고 있는 그곳,
     내 자신의 내부에 완전히 들어가기만 하면, 
    나는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내 자신의 모습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ㅡ 끝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