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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가(黃昏歌) - 김광균

Joyfule 2007. 4. 7. 01:35
    
     
    황혼가(黃昏歌) - 김광균 
    여기 
    낯익은 솔밭 사이사이에 
    들국화 가즈런―히 피어 있으나 
    하늘 한구석은 그냥 비어 있고나. 
    백만장안에 누가 살기에 
    오늘도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도 없이 
    해가 지느냐. 
    저물어 가는 나의 호수 
    호수 속 자욱―한 안개 속에서 
    등불이 하나 둘 깜박거린다. 
    우리 집 조그만 들창에도 불이 켜지고 
    저녁밥상에 어린것들이 지껄이리라. 
    내 그곳에 또 어두운 밤을 맞이하고 
    날이 밝으면 
    퇴색한 옷을 입고 거리로 가리라만 
    인마(人馬)와 먼지와 슬픔에 덮인 
    도시를 뚫고 
    나의 남은 반생의 길은 어디로 뻗쳐 있기에 
    낮과 밤이 들려주는 노래는 
    다만 한 줄기 오열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