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n Schiele - Autumn Trees
11월 - 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게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의 부재 - 황경신 (0) | 2006.11.09 |
---|---|
입동일기 - 황영희 (0) | 2006.11.08 |
풍경(묘비명1) - 김성춘 (0) | 2006.11.06 |
저녁에 - 김광섭 (0) | 2006.11.05 |
별 하나 - 김용택 (0) | 2006.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