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11월 - 오세영

Joyfule 2006. 11. 7. 00:48
Egon Schiele - Autumn Trees
 
         
      11월 - 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게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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