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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키워드로 읽는 이슬람, 이슬람 문화

Joyfule 2016. 7. 7. 01:13

 

  12개 키워드로 읽는 이슬람, 이슬람 문화
이종화 명지대·아세아신학대 강사

 

3. 이슬람에서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유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힌두교도에게는 쇠고기가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힌두교도들은 인도에 있을 때, 즉 자기들의 공동체 안에 살고 있을 때는 이 계율을 철저히 지키지만 무슬림들은 자기들의 공동체 안에서나 밖에서도 돼지고기를 철저히 먹지 않는다. 또한 힌두교도는 쇠고기를 먹지는 않지만 농가에서는 흔히 소를 사육하며 경작에 이용하기도 하나 무슬림들은 돼지를 사육하는 일조차 전혀 없다.

 

이슬람에서는 왜 돼지고기를 그렇게 철저하게 금지했을까? 수많은 학자들이 이슬람에서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해석하지만, 같은 질문을 이슬람 신학자에게 질문한다면 한결같이 하나님께서 꾸란을 통해 지시하셨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꾸란에서는 돼지고기뿐 아니라 먹을 수 없는 음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이슬람에서 규정한 금지된 음식은 어떤 것들일까?

 

이슬람에서 허용된 것은 ‘할랄’이라고 하고, 금지된 것은 ‘하람’이라고 부른다. 어느 것이 하람인지는 꾸란에 자세히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슬람의 율법이 복잡하고 금하는 것이 많은 까다로운 종교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꾸란이나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서는 특별히 금지된 것들을 제외한 모든 행위는 허용된다고 말하고 있다.

 

선지자 무함마드는 초기 이슬람 신자의 질문을 받고 “할랄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것이고, 하람은 금지하신 것이나 꾸란에 아무런 언급이 없는 사항은 모두 너희에게 허락되어 있느니라”하고 대답했다. 따라서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처럼 보이는 이슬람 율법은 몇가지 금기사항만 유의하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 관대한 법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꾸란에서는 명쾌하게 허용된 음식과 허용되지 않는 음식을 정의하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믿는 자들이여,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부여한 양식 중 좋은 것을 먹되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분만을 경배하라.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그러나 고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을 경우에는 죄악이 아니라고 했으니 하나님은 진실로 관용과 자비로 충만하신 분이니라.’(꾸란 2장 172~173절)

 

꾸란 제5장 3절에서는 먹을 수 없는 육식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즉, 하나님의 이름으로 잡지 않은 것, 목 졸라 죽인 것, 때려잡은 것, 떨어뜨려 죽인 것, 서로 싸우다 죽은 것, 다른 야생동물이 먹다 남긴 고기, 우상에 제물로 바쳤던 고기, 화살로 점을 치기 위해 잡은 것 등이다. 이처럼 꾸란에서는 동물에 관하여 돼지고기와 죽은 고기, 피 그리고 하나님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죽인 동물의 고기만 금지사항으로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선지자 무함마드는 하디스에서 뾰족한 엄니나 독치를 가진 동물과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맹수 그리고 독수리·매·송골매·솔개 등의 조류를 모두 먹어서는 안될 동물로 규정해 놓았다. 결국 양·소·염소·낙타 등과 같은 초식동물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동물로 한정해 놓았지만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동물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고 잡지 않은 고기는 먹을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반면 해양동물은 모두 정당하게 먹을 수 있다. 동물에는 육지의 것과 바다의 것이 있다. 바다에서 사는 동물은 어디에 있었던 것이든, 살아 있는 것이든 죽은 것이든, 또한 무슬림이 잡든 비무슬림이 잡든 모두 정당하게 먹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꾸란에서 ‘바다의 사냥과 그 음식은 너희와 여행자들을 위해 허용하니라.’(꾸란 5장 96절)라 했고, 선지자 무함마드 또한 “바닷물은 깨끗한 것이며 그 안에서 죽은 동물 또한 먹어도 좋은 음식이니라.”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이슬람에서는 육식을 하는 데 여러 가지 제한을 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가피한 상황의 경우에는 언제나 허용의 길도 열어놓는 것이 이슬람의 특성이다. 위에서 인용한 꾸란 구절에서 보았듯 고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을 경우는 죄악이 아니라고 했다. 다시 말해 누구든 굶주렸거나 강제에 의한 경우에는 이를 불가항력으로 간주해 아무 고기나 먹을 수 있다.

 

그러면 왜 하나님께서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돼지만은 특별히 언급해 먹지 말라고 명령했을까?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학자들은 돼지고기가 보유한 여러 가지 선충들이 인간의 몸에 해롭다든지, 또 어떤 학자들은 돼지의 습성이 나쁘다든지, 돼지고기는 사막 기후에 부패하기 쉬워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 등이다.

 

그러나 이슬람 신학자들은 꾸란을 통해 하나님께서 금했기 때문에 무슬림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며, 그 이유는 하나님만이 알고 계시다고 생각한다.

 

4. 주거문화

 

무슬림들은 생활방식에 따라 유목민, 정착 농경민, 도시민의 3부류로 나뉘는데 이들은 각각 특징적인 생활방식에 따라 주거문화를 발달시켰다. 유목민의 주거문화는 그들의 옛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데 주로 천막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주 이동하는 유목민이 가진 특징에 따라 조립과 해체가 편리한 천막의 주거문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정착 농경민의 주거문화는 기후 조건과 가용의 건축자재에 따라 발달했다. 산악지대에서는 돌을 주로 사용하여 건축하는 반면 찰흙이 풍부한 강 유역에서는 잘게 썬 짚을 진흙과 반죽하여 만든 찰흙벽돌을 사용하여 건축한다. 찰흙벽돌은 열을 잘 차단하기 때문에 외부의 온도가 아무리 올라가더라도 실내는 쾌적하고 시원한 상태를 유지시킨다.

 

도시의 주거문화는 ‘메디나’로 불리는 도심권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메디나는 성벽으로 둘러쌓여 요새화되어 있으며 이 안에 상업지역, 공공지역, 주거지역이 함께 있다. 상업지역인 ‘수끄’는 좁은 거리와 골목길이 교차되는 복잡한 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의 비슷한 형태를 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직종별, 취급품목별로 동일한 가게들이 몰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공지역은 종교와 통치의 중심지역으로 모스크와 이슬람 학교가 있어 종교의 중심지가 되며 또한 관청이 모여 있어 통치를 관장한다. 주거지역은 좁은 골목길이 사방으로 얽혀 미로를 이루고 거의 동일한 형태의 집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로 담은 없으며 집과 집이 서로 맞닿아 담의 역할을 대신한다. 집의 구조는 거리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집안 마당이나 정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있는 방들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가정생활의 중심은 집안 마당이 된다.

 

주거지역 안의 대부분의 거리들은 너무나 협소하여 자동차가 다닐 수 없고 단지 보행자와 짐을 실은 당나귀만 다닐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 말부터 전통적인 도시를 재보수하고 재건축하려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따라서 전통적인 대도시들은 서구식 도시계획과 건축술의 도입으로 인해 고유의 전통을 잃고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