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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키워드로 읽는 이슬람, 이슬람 문화

Joyfule 2016. 7. 8. 01:46

 

 12개 키워드로 읽는 이슬람, 이슬람 문화
  이종화 명지대·아세아신학대 강사

 

5. 이슬람 건축의 백미, 모스크

 

인류의 종교에 대한 애착과 열정은 세계적으로 많은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유산으로 남겨 놓았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유럽의 대성당들이 이러한 건축물들이다. 마찬가지로 이슬람에서도 무슬림들의 종교적 열정으로 인해 ‘모스크’라고 불리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종교건축물들이 많이 건축되었다. 부드럽게 속삭이다 거칠게 포효하는 듯한 돔의 둥근 선과 첨탑의 날카로운 선…. 이슬람 세계를 여행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지평선 위에 그려진 이 둥근 선과 직선의 신비로운 조화에 한번쯤은 넋을 잃고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돔과 첨탑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의 대표적 건축양식이다.

 

모스크 중앙의 둥근 지붕은 영어로는 돔, 아랍어로는 ‘꿉바’라고 하며, 뾰족하게 솟은 첨탑은 ‘미나렛’이라고 부른다. 사실 돔이나 첨탑과 같은 건축양식이 이슬람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이슬람공동체가 점차 확산되고 정복을 통해 제국으로 발전하면서 주변의 비잔틴이나 페르시아문화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 특유의 모스크 건축양식이 탄생한 것이다.

 

모스크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인 돔은 대부분 학자들이 비잔틴 건축양식의 영향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랍 민속학자들은 이미 이슬람 출현 이전에 아랍 유목민들이 낙타의 등 위에 싣고 다니던 조그만 가죽 천막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한다. 완만한 선이 의미하듯 모스크의 돔은 평화를 상징한다. 돔의 끝은 보통 초승달로 장식하는데 초승달은 샛별과 함께 이슬람의 대표적 상징이며 ‘진리의 시작’을 의미한다. 즉, 무함마드가 최초로 계시를 받을 때 초승달과 샛별이 한데 어울려 떠 있었다고 전해지며 그때부터 하나님의 진리가 인간에게 내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스크 건축양식의 또 다른 특징인 첨탑은 기능면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한다. 하나는 하루 다섯차례의 예배 시간을 알리기 위해 ‘무앗찐’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이 첨탑 위에 올라가 ‘아잔’을 외쳤다. 높은 데 올라가 소리칠수록 멀리까지 잘 들리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기능은 이방인들에게 그 지방의 모스크 위치를 쉽게 알려주기 위함이다. 높은 첨탑은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길을 모르는 외지인이라도 이 첨탑을 보고 모스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첨탑 양식은 역사적으로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시리아·북아프리카·안달루시아(스페인·포르투갈 지방) 지방은 기독교의 영향으로 사각형이었고, 이라크 지역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건축양식을 모방해 나선형이었으며 이란·터키 지방은 원통형이었다. 모스크에 따라 첨탑의 수도 다양하지만 일정한 규정도 없다. 1개나 2개가 보통이었지만 오스만터키 제국 시대에 들어오면서 첨탑의 수가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그 한 예로 술탄 아흐마드 1세는 이스탄불에 자신의 이름으로 모스크를 건립할 때 6개의 첨탑을 세우게 했다. 그러나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모스크가 6개의 첨탑인 것을 알고 경비를 대 메카의 모스크에 하나의 첨탑을 더 세우게 했다.

 

돔과 첨탑 등 화려한 외부구조와 달리 모스크 내부구조는 극히 단순하다. 돔이 받치는 내부구조는 기둥이 필요 없기 때문에 운동장과 같은 넓은 공간이 펼쳐지며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모스크들은 단순하나마 일정한 구조물을 갖추고 있다. 사방의 벽면 중 한쪽 벽면에는 아치형으로 움푹 패인 벽감이 있다. 이를 ‘미흐랍’이라고 부르는데, 예배를 보는 방향 다시 말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방향을 나타낼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 따라서 전세계의 모든 모스크들은 메카 방향을 향해 모스크가 건립된다.

 

미흐랍의 바로 오른쪽에는 계단 형식의 설교대가 있어 ‘민바르’라고 부른다. 금요일 합동예배 전에 ‘카팁’이라고 불리는 설교자가 이 설교대에 올라가 설교한다. 한편 여성들을 위한 공간은 모스크의 양 측면이나 뒷면 혹은 2층에 마련되어 있는데 보통은 커튼이나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모스크 내부 장식 중 특이한 것은 인물이나 동물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인물이나 동물의 조각은 물론이요, 인물이나 동물을 묘사한 모자이크나 프레스코 벽화도 발견할 수 없다. 그것은 꾸란 59장 24절의 하나님만이 진정한 ‘창조주’로서 인간이나 동물을 만들 수 있다는 데 근거한 것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조각이나 그림은 자칫 잘못하면 우상숭배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에서의 우상숭배 경계 때문에 모스크 내부 장식에서는 인물상 및 동물상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아름다운 문양의 아랍어 꾸란 장식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위 ‘아라베스크’라고 불리는 꽃 문양에 기초한 복잡한 기하학적 문양이 모스크 벽면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결국 이슬람은 우상숭배에 대한 경계 때문에 회화는 발달하지 못했지만 대신 서예와 조형미술이 발달한 셈이다.

 

6. 이슬람의 출생 의례

 

어느 문화권, 어느 사회나 아이의 출생은 대단히 경사로 여기며 이에 대한 축하 의례를 행한다. 이슬람 사회도 다른 문화권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출산은 ‘아이들이 없는 집안은 축복받지 못한다’는 하디스의 기록이 있을 정도로 매우 기쁜 일이다. 아이의 탄생은 신의 은총이며 사회적으로는 가계의 승계, 노동력의 증가, 전사의 확보 등의 의미를 갖는다.

 

이슬람의 관점에서는 임신 순간부터 출산에 이르는 산모의 전 과정을 성스러운 투쟁으로 묘사한다. 심지어 출산중에 목숨을 잃은 산모는 순교자로 간주하여 천국에서의 보상을 약속한다.

 

출산이 임박해 오면 공동체 내에서 평판이 좋고 노련한 조산원을 고용해 작은 칼과 명주실 등 필요한 출산 준비를 한다. 임신한 부인은 조산원으로 활동하지 못한다. 아기의 옷가지를 준비하고, 꾸란을 주머니에 넣어 아기가 태어날 방의 벽에 메카 방향으로 걸어둔다. 이때 아기용품도 꾸러미를 만들어 그 속에 참깨를 뿌리고 호적과 꾸란 밑에 나란히 건다.

 

출산 때는 남성은 격리되고 조산원과 이웃 여인들이 꾸란의 개경장과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출산을 돕는다. 꾸란 구절 가운데 마리아의 예수 출산과 지진에 관한 부분을 계속해서 낭송한다. 산모는 음식이 금기되며, 박하차 같은 뜨거운 음료를 마신다.

 

조산원이 출산 소식을 전하면 아버지는 첫번째 의식으로 아기 머리가 메카 쪽으로 향하도록 안고 오른쪽 귀에 ‘아잔’(예배를 알리는 낭송)을, 왼쪽 귀에 ‘이까마’(아잔과 비슷한 내용으로 모스크 내에서 예배 직전에 낭송된다)를 불러주며 알라에게 아기의 탄생을 고하고 알라의 은총을 구한다.

 

‘아잔’을 부르고 난 후에는 아기의 강건함을 기원하는 의미로 신선한 대추야자 열매를 씹어 그 액을 아기의 입에 넣어주는 의식을 치르는데, 이것을 ‘타흐리크’라고 한다. 갓 태어난 아이는 처음 이틀 동안은 꿀이나 설탕물을, 세번째 날에는 식물성 식용유 한 스푼을 먹이고 산모의 젖을 빨게 한다.

 

특히 남아를 간절히 고대하던 산모가 남아를 출산하면 조산원은 그가 냉정을 되찾을 때까지 여아를 출산했다고 거짓 알려주는 지혜를 발휘한다. 이는 산모가 남아 출산을 너무나 기뻐한 나머지 혼절하는 사태를 막기 위함이다. 산모는 여아를 생산한 경우 즉시 가사에 복귀할 준비를 해야 하지만, 남아를 출산한 경우 최소 3∼6일간 침대에서 산후조리를 하며, 그 뒤 40일간 휴식을 취한다. 산모는 출산후 40일이 되는 날 신부 옷을 꺼내 입고, 신부와 같은 대접을 받으며 남아 출산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출생 의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생후 7일째 행해지는 탄생 축제와 작명 의식이다. 성대한 잔치가 병행되는 작명 의식 때에야 비로소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들이 선물을 준비하고 처음 아기를 보러 온다. ‘하렘’(여성거주 공간)에 여인들이 들어오면 조산원은 아기 침대에 묶어둔 소금 주머니를 풀어 뿌리면서 “예언자의 은총을 받지 못한 자의 눈 속에 소금이 들어가기를…” 또는 “사악한 자의 눈 속에 더러운 소금이 함께 하기를…”이라고 중얼거린다.

 

소금을 뿌리는 행위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부정하고 사악한 것, 특히 손님 중에 숨어 들어올지 모르는 악귀의 해악으로부터 아기와 산모를 보호해 달라는 기원의 표시다. 이때 여인들은 자수 손수건의 한 귀퉁이에 금화를 싸서 선물로 아기 침대 위에 올려놓고 아기에게 덕담을 한다. 덕담 내용은 “주님이여, 우리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복되게 하소서”이다. 이때 만약 아기의 모습을 이례적으로 칭찬하면 주인은 기겁을 하고 즉시 부정하면서 혹시 질투의 기운이 아기에게 미칠까봐 의혹의 눈길로 상대를 바라본다.

 

축제가 시작되면 상류사회에서는 여성 가수와 밴드가 동원되어 산모를 위로하며, 아기의 출산을 위해 직간접으로 관계했던 여인들이 한바탕 함께 즐긴다. 탄생축제는 생후 1주일부터 5주째까지 매주 각각의 독특한 의례가 이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1주일째의 작명 의식이다. 작명은 전통에 따라 일정한 형식을 취하지만, 많은 지방에서는 아직도 아이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상당기간 동물이나 곤충의 이름, 혐오스러운 표현, 발음하기 어려운 낱말을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생후 7일째 작명하는 날 아기의 머리털을 정수리만 남기고 자른 다음 그 머리털의 무게에 해당하는 금이나 은을 가난한 사람에게 희사한다. 이러한 의식은 작명과 함께 새로운 삶과 세계로의 입문을 의미한다. 그런 다음 주인은 손님들을 초대하여 동물들을 희생한다. 보통 남아인 경우에는 양 2마리를, 여아인 경우에는 양 1마리를 잡는다.

 

‘아끼까’ 의식은 생후 7일째뿐만 아니라, 지방에 따라서는 14일째와 21일째에도 행한다. 이 의식은 부모가 그의 자식들을 위해 희생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그 자식이 곧 죽게 되거나 최후의 심판일에 자식이 부모를 변호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인한다.

 

희생 제물은 일반적으로 3등분하여 한 몫은 집안에서 요리하여 손님들을 대접하고, 한 몫은 가까운 친지나 친구·조산원에게 나누어주고, 또 한 몫은 가난한 이웃에게 희사한다. 이러한 3분 희사 방식은 여러 다른 희생의식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슬람 사회에서 할례의 시기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아랍사회에서는 작명 의례를 행한 직후인 생후 8일째 할례를 행한다. 그러나 아랍권 일부에서와 비아랍권에서는 생후 40일째 또는 아이가 좀더 성장한 후인 5∼7세때 할례를 행한다. 상류층 자제가 할례할 때는 가진 자의 비용으로 수십명의 고아와 가난한 자의 자식들이 함께 할례를 행하는 것이 미덕으로 되어 있다. 성대한 잔치와 할례복 준비에 많은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