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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오세영

Joyfule 2005. 12. 19. 01:05
      
      
       12월 -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직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