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텅 텅 텅 텅"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기 어려웠다. 전시품인줄 알았던 세바퀴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차는 133년된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의 완벽한 복제품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펄바흐에 위치한 벤츠 클래식카 전문 복원센터인 MBCC(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에 방문해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시승했다.
말이 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는 시도는 수백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현실적으로 근대적인 의미의 자동차는 칼 벤츠(Carl Benz)가 1876년에 만들었던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세계 최초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33년이나 지났지만, 원형이 현재까지 2대 보존돼 있고 당시 설계도도 남아있다. 이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는 2002년 관련 부품을 모두 재생산, 주행 가능한 모델 100대를 복원했다. 당시의 부품과 설계를 완전히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복원 담당자의 설명이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뒷편으로는 엔진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시동은 커다란 플라이휠(내연기관에 있는 안정 장치)을 두손으로 힘차게 돌려서 걸어야 했다. 수차례 시도끝에 엔진 시동이 걸리고 나니 시동이 안정적이 되도록 의자 아래의 카브레터 밸브를 조절해 주어야 했다. 결코 쉽지 않았지만 최초의 자동차 치고는 꽤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이었다.
최초의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벤츠 954cc 1실린더 4행정 엔진을 갖췄다. 당시 만하임(Mannheim) 대학의 테스트 결과, 이 엔진은 400RPM에서 0.9마력을 냈다.
칼 벤츠는 추후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2마력까지 향상시켰다. 말하자면 말 2마리가 끌고 가는 정도의 힘이다. MBCC에서 복원한 차는 이 최종 모델로, 2명이 타고도 달리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이 차의 최고 속도는 16km/h에 달한다.
이 엔진은 100kg 정도로 매우 가볍다. 대부분 부품이 밖으로 드러나 있긴 하지만, 오일 시스템이나 크랭크케이스 등은 현대적인 메카니즘을 갖췄다. 푸시로드와 밸브로 이뤄진 배기 시스템은 요즘 엔진에서 보아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다란 수평 플라이 휠은 1기통 엔진의 힘을 안정화 시켜주고 있었다.
이 차는 현대적인 조정장치가 전혀 없었다. 핸들을 조정하는 작은 막대와 엑셀의 역할을 하는 막대, 그리고 브레이크 패달 등을 통해 움직이게 돼 있다.
출발할 때는 매끄러운 실내 바닥에서 가벼운 휠스핀까지 일으키는 느낌이었다. 디퍼런셜이 없어 코너를 돌 때마다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통통거리는 소리가 시끄럽지만 머리가 살짝 휘날리며 달리는 느낌이 상쾌하다. 모든 차의 아버지,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했던 바로 그 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1888년 8월 5일 칼 벤츠의 부인 베르타 벤츠(Bertha Benz)는 이 차를 타고 180km에 달하는 길을 달렸다. 귀부인 답지 않게 주행중 직접 카브레터 청소를하고 브레이크 라이닝을 교체하는 등 많은 일을 했다. 이 최초의 자동차 드라이브를 기념하기 위해 독일 만하임에선 지금도 매년 올드카들의 퍼레이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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