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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의 전쟁’ 선봉 선 이라크 기독교인

Joyfule 2016. 6. 14. 21:25

 

  ‘IS와의 전쟁’ 선봉 선 이라크 기독교인

 

 

선글라스를 끼고 소총을 든 바빌론 여단 지도자 라얀 알 킬다니(앞줄 가운데)가 성화 ‘최후의 만찬’을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바빌론 여단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기독교인을 지키려고 결성된 이라크 군사조직이다. 디벨트

 
무장한 경계병 옆으로 사진이 벽에 걸렸다. 사진 속에는 비포장도로 앞 작달막한 마을이 보였다. 가로등보다 키가 큰 십자가가 마을 거리마다 100m에 하나꼴로 서 있다. “기독교인 공동체가 있는 마을입니다.” 경계병이 중얼거렸다. “모술 근처에 있죠.” 병사 중 누군가는 이곳에서 떠나왔을 터였다.

이들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기독교인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바빌론여단’이다. 약 1000명으로 구성된 바빌론여단은 주로 시아파 이슬람신자로 이뤄진 1만2000명 규모의 ‘인민동원군’ 산하에 있다. 자발적으로 결성돼 이라크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일종의 의용군이다. 영국 BBC방송은 이라크 현지의 바빌론여단 기지를 직접 찾아 1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바빌론여단은 2014년 6월 IS가 이라크 북부와 서부를 덮쳤을 때 결성됐다. 이라크 행정수도인 모술이 함락된 직후였다. IS로부터 도망친 기독교인이 주를 이룬 이 부대는 정부군이 무너져 수도 바그다드가 위협받을 때도 용맹하게 싸웠다. 아랍권 매체 알모니터에 따르면 이들 의용군이 바그다드 인근 도시 주르프 알사카르와 발라드를 탈환한 뒤 이라크 정부는 연간 약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의 지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이라크의 기독교인 인구는 2010년 기준 26만명이다. 전체인구(약 3200만명)의 0.8%에 불과하다. 기독교인 상당수는 모술 근처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 바빌론여단에 소속된 기독교인 병사 대부분은 모술이 함락됐을 당시 IS 치하에서 참상을 겪었다. 2014년 IS가 침공하면서 모술 인근의 기독교인 마을은 산산조각이 났다.

IS는 기독교인에게 ‘인두세’를 거두고 거부하면 마을에서 맨몸으로 추방했다. 가족이 죽고 팔려나간 기독교인 청년들은 바빌론여단에 몰렸다. 바빌론여단이 가장 먼저 탈환에 성공한 도시 역시 모술이다. 그때부터 지금껏 함께 싸운 인민동원군은 수니파와 시아파 등 이슬람 신도가 대부분이지만 바빌론여단 병사들은 그들을 ‘무슬림 형제’라 부른다.

이들이 IS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증오심이다. IS로부터 겪은 고통이 워낙 끔찍했던 탓이다. 35세인 한 병사는 “믿었던 이웃이 IS와 협력해 우리를 배신했다”면서 “기독교인은 쫓겨나거나 살해당했다”고 기억했다. 다른 병사 역시 “마을 여자들이 성폭행당하거나 팔려나갔다”며 “죽을 때까지 그 녀석들과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바빌론여단의 지도자 라얀 알 킬다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누가복음 22장36절을 들어 “예수님도 검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검을 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IS는 악마다. 그 들은 기독교인에게 추악한 짓을 저질렀다”면서 “이제 (군대가 있기에) 기독교인의 고통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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