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도둑계의 전설 마약이나 도박에 중독이 되면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벽 역시 비슷한 게 아닐까. 내가 변론을 맡았던 대도의 경우는 재판의 쟁점은 ‘재범의 가능성’이었다. 변호사를 하다 보니 수많은 음지의 사람들을 알게 됐다. 보석 분야에서 최고의 장물아비인 정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대도가 가져오는 장물을 처리했던 정은 이따금씩 나의 사무실을 찾아와 조언을 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런 말을 털어놓았다.“제가 공고를 졸업했는데 원래 손재주가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자수정을 연마하는 기술자였죠. 육십년대 우리나라는 다이어몬드나 루비같은 보석이 거의 없었어요. 아주 부자나 몰래 가지고 있는 정도라고 할까. 하여튼 저는 그때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