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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황진이 - 최지수

Joyfule 2006. 2. 23. 01:15
그림 : 김기창화백

 
      新 황진이 - 최지수 내게 잠시 머물던 것은 바람이었나니 내게 잠시 머물던 것은 이슬이었나니 사랑 하나 받지 못하고 누군가 오늘 거기서 죽었나니 차디찬 한낮 꿈이 되어 그리움으로 그렇게 울다 간 사람아. 따듯하게 머물던 이 자리도 사랑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오리까 새벽 이슬처럼 사뿐 하게, 조용히 가오리라 차가운 맨발조차 발톱마저 뽑힌 듯 고통의 피가 되어 흐르거늘 눈물조차 붉은 이 아픔을 어찌 하오리까 잡을 수도 없고 차마 그리워 조차할 수도 없는 서러움이외다. 치마 폭에 잡힌 젖은 물기처럼, 한 방울의 눈물도 남기지 아니하고 그렇게 살포시 가는 임이시여 순결을 잃고 자결하는 마음으로, 웃음소리조차 서러움이거늘 어딘 가에 새가 울거든 내가 우는지 아시고 어딘가에 바람이 불거든 문풍지에 스미는 차가움인 줄 아시고 새의 울음조차 멈추어진 고요함이 오거든 그렇게 울다 죽은 사랑인 줄 아시옵소서 사랑의 언약마저 가볍게 던진 그 약조에 사랑의 속삭임마저 목숨걸듯 짓눌려진 슬픔이 되었거늘 공허함이 임의 귓전을 때리거든 바람이 부는 줄 아시옵고 행여 쓸쓸함이 찾아 오거든 겨울의 저 끝에서 홀로 이 떨고 있는 새의 곡조인 줄 아시옵고 임일랑은 슬퍼 하지도 마옵소서 한 모금의 술로 그리움에 담지도 마시옵고 꽃잎들의 속삭임에 더 이상 웃지도 마옵소서 나는 바람으로 남을 것이외다. 나는 허공으로 날아가는 새로 남을 것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