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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 - 최동룡

Joyfule 2006. 2. 19. 01:27

    겨울 산행 - 최동룡 하늘은 언제나 목마른 자를 위해 한 삽 가득 눈발을 퍼붓고 창가엔 차곡차곡 시집이 쌓이고 우리는 그것이 게워내는 무수한 표정을 지나 가파른 산행을 한다 제 흥에 겨웠다 지는 바람 살아온 절반은 길섶에 묻어두고 고삐처럼 끌고 다니는 저마다의 길 더러는 자투리로 꽃 한송이 피울 언덕도 있었다만 벼랑을 딛고 선 갈참나무 쓸쓸한 목숨으로 눈발은 더욱 사나와지고 추억 밖의 얼굴들 우수수 떡갈잎처럼 일어선다 봄, 여름, 가을, 차곡히 밟고 와 시린 발끝으로 선 나무들 고뇌의 껍질 켜켜로 벗는다 언 땅을 파고드는 뿌리의 몫으로 나뭇가지의 먼 세상도 보이고 우리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올라야 할 묻힌 길 찾아 헤맨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돋아나는 반듯한 무리의 땀방울마저 눈보라에 빼앗긴 채 돌아설 건가, 되돌아가 억새 눕히는 한소절 바람되어 결 고운 걸음마를 다시 배울 건가 가지에 매달리는 하얀 눈꽃송이 그 빛나는 눈빛이 빈 밭의 원고지 위에 하나, 둘 뛰어내릴 때까지 이 바람부는 산행은 시집<슬픔의 현>.시와시학사.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