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잠시 머물던 것은 바람이었나니
내게 잠시 머물던 것은 이슬이었나니
사랑 하나 받지 못하고
누군가 오늘 거기서 죽었나니
차디찬 한낮 꿈이 되어
그리움으로 그렇게 울다 간 사람아.
따듯하게 머물던 이 자리도
사랑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오리까
새벽 이슬처럼 사뿐 하게,
조용히 가오리라
차가운 맨발조차 발톱마저 뽑힌 듯
고통의 피가 되어 흐르거늘
눈물조차 붉은 이 아픔을 어찌 하오리까
잡을 수도 없고
차마 그리워 조차할 수도 없는
서러움이외다.
치마 폭에 잡힌 젖은 물기처럼,
한 방울의 눈물도 남기지 아니하고
그렇게 살포시 가는 임이시여
순결을 잃고 자결하는 마음으로,
웃음소리조차 서러움이거늘
어딘 가에 새가 울거든
내가 우는지 아시고
어딘가에 바람이 불거든
문풍지에 스미는
차가움인 줄 아시고
새의 울음조차 멈추어진
고요함이 오거든
그렇게 울다 죽은 사랑인 줄 아시옵소서
사랑의 언약마저
가볍게 던진 그 약조에
사랑의 속삭임마저
목숨걸듯
짓눌려진 슬픔이 되었거늘
공허함이 임의 귓전을 때리거든
바람이 부는 줄 아시옵고
행여 쓸쓸함이 찾아 오거든
겨울의 저 끝에서
홀로 이 떨고 있는 새의 곡조인 줄 아시옵고
임일랑은 슬퍼 하지도 마옵소서
한 모금의 술로
그리움에 담지도 마시옵고
꽃잎들의 속삭임에 더 이상 웃지도 마옵소서
나는 바람으로 남을 것이외다.
나는 허공으로 날아가는 새로 남을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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