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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길 - 신경림

Joyfule 2008. 9. 9. 01:16
     
        고향 길 - 신경림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여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마시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 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비 수북한 쇠전 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되어 떠나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