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밖에서 - 이문재
네가 길이라면
나는 길 밖이다
헝겊 같은 바람 치렁거리고
마음은 한켠으로 불려다닌다
부드럽다고 중얼대며
길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푸른잎새들이 있다
햇살이 비치는 헝겊에 붙어,
말라가는 기억들 가벼워라
너는 한때 날 가로수라고 말했었다,
길가 가로수
그래, 그리하여 전군가도의 벚꽃쯤은
됐던 것이었을까,
그래서 봄날의 한나절 꽃들의 투신 앞에서
소스라치는 절망과 절망의 그 다음만 같은
화사함을 어쩌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길의 밖일 때
너는 길이었다
내가 꽃을 퍼부어대는 가로수일 때
너는 내달려가는 길, 아니
그위의 바퀴 같은 것이었으니
오히려 길 밖이 넓다
길 아닌 것이 오히려 넓고 넓다
|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책길에서 - 이진흥 (0) | 2009.08.13 |
---|---|
행복한 얼굴 - 김현승 (0) | 2009.08.12 |
김남조 - 그대 있음에 (0) | 2009.08.10 |
길 - 신경림 (0) | 2009.08.08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0) | 2009.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