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길 밖에서 - 이문재

Joyfule 2009. 8. 11. 08:31
   
길 밖에서 - 이문재
네가 길이라면 
나는 길  밖이다 
헝겊 같은 바람 치렁거리고
마음은 한켠으로 불려다닌다
부드럽다고 중얼대며
길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푸른잎새들이 있다 
햇살이 비치는 헝겊에 붙어, 
말라가는 기억들 가벼워라
너는 한때 날 가로수라고 말했었다, 
길가 가로수
그래, 그리하여 전군가도의 벚꽃쯤은
됐던 것이었을까, 
그래서 봄날의 한나절 꽃들의 투신 앞에서
소스라치는 절망과 절망의 그 다음만 같은
화사함을 어쩌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길의 밖일 때 
너는 길이었다
내가 꽃을 퍼부어대는 가로수일 때
너는 내달려가는 길, 아니
그위의 바퀴 같은 것이었으니
오히려 길  밖이 넓다
길 아닌 것이 오히려 넓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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