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계절 - 조병화 (0) | 2009.05.14 |
---|---|
5월이 오면 - 황금찬 (0) | 2009.05.13 |
버클리풍의 사랑노래 - 황동규 (0) | 2009.05.11 |
먼 길에서 띄운 배 - 박남준 (0) | 2009.05.09 |
어머님 - 김추인 (0) | 2009.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