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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래 없었다 - 유안진

Joyfule 2009. 7. 10. 09:01

나는 본래 없었다 - 유안진 거울 앞을 지나는데 얼핏 나 아닌 누군가들이 보였다 돌아가 다시 보니 아담과 이브였다 알 듯 모르겠는, 닮은 듯 아닌 듯, 조상들이라는 직감이 문득 촌수를 앞지른 유전자의 주인들이, 갸우뚱 훑어보고, 빠안히 꼬나보다간, 서로를 목청 높여 다투었다. 표정과 말씨, 음색과 걸음걸이에서도 내음새가 풍겨났다. 섬겨온 종교와 읽어온 책과 배웠던 학교와 스쳐간 사람들의 내믐새가, 먹어온 마셔온 것들과 매연까지 합세하여 소유권을 주장했다. 나 직전의 난자와 정자도 내 것이 아니었단다 나는 본래부터 없었단다 정면으로 정색하고 보니 한뭉치의 유전자들이 떨떠름한 표정 하고 곁눈질로 꼴쳐볼 뿐 거울 속엔 분명 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