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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박물관

Joyfule 2006. 8. 12. 01:19


뉴욕은 다양한 사람과 언어가 존재하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뉴욕을 뉴욕답게 해주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박물관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미국의 모든 장소가 붐비지만, 특히나 뉴욕의 박물관들은 관광객들과 뉴욕커들의 필수코스로,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어려서부터 나이가 들어서까지 뮤지엄 가는 것을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 느끼며, 작품의 작은 부분들을 살피기 위해 몸을 기울이는 노인들을 보며,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살찌우기 위해 진심으로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을 통해 문화도시로서의 힘을 느끼고는 한다.
뉴욕에 있는 박물관들의 형태는 세계적인 크기의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Metropolitan Museum of Art)부터, 리본이나 나선형이라고 불리는 구겐하임 뮤지엄(Solomon R. Guggenheim Museum), 그리고 개인의 저택을 개조한 것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전시 작품들도 동시대 화가들의 작품은 물론 이집트 피라미드의 어느 방 하나를 완전히 옮겨 온 듯한 것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관련된 모든 시대의 예술을 아우른다.
박물관은 항상 많은 관람객들로 활기를 띤다. 그리고 거의 두 달에 한번 꼴로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여 박물관을 방문할 때마다 충분히 새로운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관람자들을 맞이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작품을 담고 있는 그릇, 뮤지엄 건물들이다. 사람들에게 뮤지엄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곳, 작품이 아니라 건물만 바라 보아도 감동이 있는 곳, 박물관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 뮤지엄의 가장 커다란 대표 작품들이다.
이번 칼럼은 뉴욕에 있는 대표적 뮤지엄들과 특별소개 코너로 호수와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보스톤의 케네디 대통령 뮤지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취재 ㅣ 박선민 뉴욕통신원(okokook@gmail.com)



우선 뉴욕시에서 가장 큰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대영 박물관 (British Museum)과 루브르 박물관(Musee du Louvre)과 함께 3대 미술관의 하나로 일컬어 지는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을 살펴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걸작은 물론 방대한 양의 미국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유럽에 맞먹는 미술 기관의 설립을 원하는 미술가와 후원자들의 모임에 힘입어 1872년 2월 20일 최초의 철도 사업가 John Taylor Johnston의 기부에서 시작되었다.
메트로폴리탄은 뮤지엄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서부터 모든 시대의 유럽 걸작들과 미국 등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예술품을 가지고 있다. 이 미술관의 가장 최근의 그리고 가장 고가의 작품은 ’Duccio's Madonna and Child’로서 레터용지 만한 그림 하나의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450억원 (45 million dollars)이라고 한다.
이 그림은 여러사람에 의해 조성된 기부금으로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매한 작품으로, 어두운 금고 속에 잠자고 있던 또 하나의 걸작이  대중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치로서 새롭게 탄생했다는 것에 그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 내부는 테마에 따라 고대 로마에서부터 이집트, 그리고 20세기 잭슨 폴락, 앤디 워홀 그리고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몇 천 년의 세월이 변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해 놓은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바로 뮤지엄의 상징으로 불리는 곳으로, 1937년 설립된 뮤지엄은 뉴욕 애비뉴 5의 89가 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나, 이곳에서는 솔로몬 구겐하임의 21세기 첫 전시회이자 최초의 아시아인 아티스트로 백남준이 선택되어, ‘The Worlds of Nam June Paik ‘전시회가 개최되었으며, 구겐하임 사상 최대 인원인 2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도 유명한 의미 깊은 뮤지엄이다.
설립자 Solomon R. Guggenheim은 뮤지엄을 위해 어떤 건축가를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의 친구가 당시 가장 유명했던 건축가Frank Lloyd Wright를 추천했다고 한다. Frank Lloyd Wright의 완벽주의에 가까웠던 성격 때문에, 빌딩은 예상을 초과한 건축비로 중단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지금 구겐하임 뮤지엄은 빌딩 자체가 예술로서 불리고 있는 곳으로, 전체적으로 크기가 다른 원기둥이 쌓인 형태의 구조로 되어 있다.
작품들은 둥글게 돌려있는 벽들을 따라서 전시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로비에서 한 눈에 전체적인 전시회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 뮤지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1992년 뮤지엄은 원래의Frank Lloyd Wright의 디자인에 사각형의 구조물을 첨가했는데, 나선형 형태의 뮤지엄의 구조에서는 일년에 박물관 소장품의 5%도 전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비평가들은 이것을 ‘화장실에 첨부된 구조물’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혹평하였다.
나선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구겐하임 뮤지엄은 어떤 면에서는 평면으로 된 작품을 전시하기에는 불합리한 구조이기도 하고, 가운데 공간을 비워두는 것 때문에 전시공간이 협소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1930년대에 이러한 구조물을 실현시킨 건축 천재이자, 이상주의자Frank Lloyd Wright의 꿈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구겐하임 로비에 있으면, 박물관 자체를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을 쉬지 않고 볼 수 있다. 건물을 경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이 구겐하임 뮤지엄을 단순한 건물이 아닌 감탄할 만한 예술품 자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휘트니 뮤지엄은 1931년에 세워진 아트 갤러리와 뮤지엄으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20세기 미국 미술의 메카이다. 휘트니 뮤지엄은 미국 현대미술 전시와 피라미드를 뒤집어 놓은 듯한 외관으로도 유명한 곳으로, 특히나 신진 미국 예술가들의 전시회를 위한 예술 비엔날레의 개최장소이기도 하다.
최근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휘트니 비엔날레는 미국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매우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동시에 신진 예술가들의 등용문으로서 가장 중요한 곳 중의 하나이다.
이곳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백만장자의 아내이자, 조각가Gertrude Vanderbilt Whitney가 수집한 6000점의 작품 전시를 거부했던 사건을 계기로 1930년 휘트니에 의해 설립된 곳이다.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 인쇄물, 그리고 멀티미디어까지 아우르는12,000여 점의 영구소장품은 휘트니 비엔날레 같은 쇼를 통하여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나 뮤지엄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Mrs. Whitney의 죽음 이후, 작품구입을 위한 안정적인 후원이 필요했던 뮤지엄은  ‘the Friends of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라는 그룹을 조직하여 현재까지 수백 점에 달하는 그림을 구입하며 그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뉴욕 맨하탄의 5가와 6가 사이, 53 스트리트에 위치한 모마는 그 훌륭한 지리적 위치뿐 아니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피카소의 ‘게르니카’, 달리의 ‘기억의 습작’등 교과서에서 익히 들어서 아는 주옥 같은 작품들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후기 인상주의 작품에서부터 방금 전 거리에서 본 모토로라 핸드폰이나 아이팟까지 소장된 곳으로 현대 예술 컬렉션 중 가장 훌륭한 컬렉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곳은 거의 매일 저녁마다 2편 이상의 예술 영화들도 상영되고 있는데, 어떤 영화는 영화 내내 한마디의 말도 나오지 않지만, 옆에서 실제로 피아니스트가  2시간의 영화 상영 시간 내내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고전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한다.
뉴욕 모마는 1929년 현대 건축가 Edward Durell Stone에 의해 건립된 이후 세계 현대 미술관의 기준을 세웠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큰 뮤지엄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68년의 역사를 가진 뮤지엄은 새로운 세기를 위한 도전으로 뮤지엄의 리뉴얼을 감행하게 된다.

뮤지엄의 새로운 리뉴얼 디자인은 모마 68년의 역사 동안 가장 야심 찬 계획으로 맨하탄의 미드타운 중심지로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과 함께 상설전시, 기획전시, 공공 프로그램, 그리고 교육적인 측면과 학구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한 약 10년 정도의 시간과 약 1조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된 대형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천문학적인 건축비의 절반 정도인 약 5500억원은 50여 명의 모마 이사진의 사재를 털어서 마련한 것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는 문화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모마는 ‘뮤지엄 리뉴얼을 위한 디자인 안’을 그의 첫 번째 공모전이기도 한 국제공모전 개최를 통해 선정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한번도 국외에서 작업을 수행해 보지 않았던, 일본 건축가Yoshio Taniguchi 의 작품이 선택되었다. 그의 작품으로 탄생한 새로운 모마는 빛으로 가득 찬 공간, 그리고 상당히 넓은 공간이 관람객 들을 위해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뮤지엄 건물이 작품을 압도하는 경향이 강했던, 일련의 추세처럼 보이던 이전의 뉴욕 박물관 건축과는 달리 Taniguchi의 작품은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또한 모마는 뉴욕시에서 가장 비싼 약 2만원의 입장료로($20) 유명한데,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항상 긴 줄이 늘어선 것은 정말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뉴욕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1979년 10월 20일 세워진 하늘 그리고 호수가 너무 멋스럽게 어우러진 J.F.K 대통령 뮤지엄을 소개한다. 이 뮤지엄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Pyramide du Louvre 입구와 홍콩의Bank of China Tower로 유명한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I.M.Pei에 의해 디자인 되었다. 이곳은 미국의 35대 대통령인J.F.K를 기억하고 연구하기 위한 약360만명(36 million)의 세계인의 기부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은 약 84만 페이지의J.F.K의 개인, 의회, 그리고 대통령 재임 시절에 관한 정보와 노벨상 수상자인 헤밍웨이의 95%의 필사본과 편지를 소장하고 있어서, 예약제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장 바쁜 대통령 도서관이라고 한다.

또한, 이 도서관은 매년 정치적으로 용기 있는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기도 하는데, 대통령 박물관이지만, 박물관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재직 중보다 퇴임 후에 강연 등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임기 중에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자신의 이미지 재고를 위해서도 퇴임 이후에도 부지런히 활동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기리고 싶은 대통령이 있다면 국민들이 이렇게 박물관까지 세워주기도 하는데, 우리는 언제쯤이나 기억하고 싶은 대통령을 위한 박물관을 가질 수 있을지 아쉬울 따름이다.



뉴욕에 와서야 비로소 뮤지엄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생각해 본다. 작가의 혼이 녹아 있는 작품을 보는 즐거움, 예술품 같은 빌딩을 바라보는 즐거움,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바라보는 즐거움, 그리고 가끔씩은 덤으로 감탄할 만한 정원을 볼 수 있는 기쁨까지.

우리나라의 뮤지엄은 우선 접근하기가 너무 어렵다. 특히나 좀 규모가 있는 경우에는 서울 외곽에 그리고 대중교통과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차가 없으면 자주 찾아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 뮤지엄은  스페인의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죽은 도시도 살릴 수 있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지적, 정서적 순화의 집합체이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곳이다.

붐비는 미술관은 그 주변지역의 분위기도 바꿀 수 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서 높은 외화 획득의 원천이기도 하다. 많은 예산이 드는 사업이기 때문에,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서울도 많은 타이틀 가운데 ‘박물관 도시, 서울’로 불리는 날이 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