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 - 知의 정원. 중에서
다치바나) 그런데 사토 씨는 신을 믿나요?
사토) 네, 열렬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프로테스탄트의 칼뱅파에 속합니다.
사람은 어렸을 때 머리맡에서 부모님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칼뱅파에서는 신이 구원하는 인간은 이미 천국의 노트에 기록돼 있다고 보죠.
따라서 인생을 어떻게 살았든 구원되느냐 마느냐는 어디까지나 신이 결정하는 것이죠.
또 한 가지. 칼뱅파에서는 지식쌓기를 게을리하면 그것이 곧 죄가 됩니다.
호기심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신에게 영광을 돌리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칼뱅파 교도들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P61)
다치바나) 영상을 통해서도 교양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은 뛰어나죠.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애니메이션도 좋지만,
만화 완전판(전 7권)을 꼭 보셨으면 합니다.
<모노노케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동일한 노선에 있는 것이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발군이지요. 굉장합니다.
만화 나우시카에 비하면 애니메이션 나우시카는 새끼손가락 끝마디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만화의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이제까지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미지를 격파해 버리는 묵직한 사상이 드러납니다.
미야자키 감독에게 그 장면을 왜 애니메이션에는 넣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불가능했다고 말하더군요.
P118)
사토) 신학은 허학(虛學)입니다.
신학에서 보면 이학, 공학, 법학, 문학, 경제학 등은 모두 실학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허학과 실학의 균형이 잡혀야 비로소 종합적인 지(知)가 태어난다고 봅니다.
적어도 유럽은 이런 발상이 아주 강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도쿄대를 비롯한 국립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허학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겁니다.
P131)
다치바나) 현대사회에서 교양이라는 말은 점차 죽은 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만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결국 일생에서 최대의 성과를 얻으려면,
생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수밖에 없지요.
그때 지식의 계통수를 머릿속에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역시 종이 매체에 쓰인 것을 읽는, 즉 독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