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 - 사색기행. 중에서
<세계 인식은 여행에서 시작된다>
여행이란 '여기 아닌 어딘가'로 가는 것이며,
'어제 같지 않은 내일'을 확실하고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안전하게'라고 말한 것은, 여행이란 결국
'지금, 여기'로 되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모험심 유전자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모험심 유전자보다 강한 유전자, 즉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싶지는 않다는
'최소한의 안전성 확보 유전자'도 함께 만족시켜 주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100퍼센트 모험가'의 눈에는 조금 약삭빠른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역시 이 세상에는 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그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육체를 그 공간에 두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여행의 패턴화는 여행의 자살이다.
여행의 본질은 발견에 있다.
일상성이라는 패턴을 벗어났을 때 내가 무엇을 발견하는지,
뭔가 전혀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데 있다.
<'가르강튀아 풍'의 폭음폭식 여행>
와인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다 그렇겠지만, 어떤 문화의 바깥에 있는 사람은
그 문화의 안쪽에 있는 사람이 가진 가치체계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바깥에 있는 사람의 눈에는 안에 있는 사람의 정열이 더없이 어리석게만 보인다.
<신의 왕국 이구아스 기행>
우상숭배를 금하는 기독교에서는,
십자가나 예수 상, 마리아 상을 만들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상징으로서 받드는 것이지,
십자가나 상 자체를 신으로 떠받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체예배에서는 성체가 신이라고 하므로,
신 자체의 물질적 임재(臨在)가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남미 국가 중에서 아르헨티나나 우루과이 등은
인구의 대부분이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그 나라들이 인디오를 철저히 살육한 뒤에 세운 나라임을 의미한다.
또 백인과 흑인, 혹은 그 혼혈이 대부분인(즉, 인디오가 없는) 나라도 많다.
이들 나라 역시 인디오를 철저히 살육한 나라이다.
인디오를 철저히 죽인 탓에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그 부족분을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노예로 보충한 나라인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노예는 적어도 1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