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 - 지식의 단련법. 중에서
P16) 처음부터 속독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속독은 결과다.
오히려 정신집중 훈련에 도움이 되는 것은 난해하기로 정평이 난 글을 골라
그 의미를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까 철저히 생각을 거듭하면서 읽는 것이다.
문장 한 구절을 읽어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도 좋고 두 시간도 좋다.
이해가 안 되면 비지땀이 나올 정도까지 어쨌든 생각해보는 것이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오직 그 의미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왜 나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는지,
자신의 머리가 지독히 나쁘다는 것에 절망하면서 그래도 결코 책을 내던지지 않고
반쯤은 자학적으로 최후의 순간까지 끈질기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다.
P92) 나는 내 직업과 일의 성격상 종전까지 전혀 혹은
거의 예비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영역을 취재할 필요에 종종 내몰린다.
그러나 예비 지식 없이 취재를 해서는 일이 안 된다.
준비 없는 취재로는 변변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먼저 서점에 가는 것이 좋다.
우선 도서관부터 가서 책을 빌리려고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왜냐하면 도서관의 책에는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할 수도,
페이지를 접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찢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원칙적으로 책은 사야 한다고 알고 있으며 도서관에 가는 것은
도서관에서밖에는 찾을 수 없는 것을 보러 갈 때로 한정하고 있다.
P97)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쓰라고 말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마음 저 밑바닥에서는 인색하므로
돈을 많이 써버리면 최대한 그 본전을 찾으려는 마음에 보다 성실하게 책을 읽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많은 돈이라고 할 때 '가능한 한 많은'의 의미는
절대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절실도의 문제다.
살을 에는 정도로힘들게 마련한 돈일수록
보다 진지하게 가치 있는 사용방식을 고민하게 되는 법이다.
P125) 물어야 할 뭔가가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첫째, 알고 싶다는 욕구를 격렬하게 가지는 것이다.
욕구가 정열의 경지로까지 고양되면 더 말할 게 없다.
욕구가 충만하면 다양한 물음이 연달아, 그것도 저절로 나온다.
그에 반해 욕구가 없으면 임시변통의 질문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음으로 알고 싶은 요국는 질문의 형태를 취하여 정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 우선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를 분석, 검토해두는 게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질문을 제기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알려고 하는 것이 어떤 사실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사실 이외의 것, 예컨대 상대의 의견이나 판단 같은 것인가를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P151) <무의식 아래의 능력을 키운다>
내가 지금까지 책을 읽을 때 노트 따위는 하지 말고 죽죽 읽어가라든가,
의식하면서 책을 읽지 않고 멍하니 페이지를 넘겨가기만 해도
의미가 있다는 얘기 등을 몇 번이고 반복해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너무 복잡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인간의 전 체험은 반드시 그 사람의 무의식층에 각인을 남기며 기억되어간다.
그것은 보통은 자신의 머릿속에 기억으로서 남겨져 있다는 것조차 의식되지 않는 기억이다.
혹시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을 모두 진술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 명령에 응할 수 있다고 해도,
무의식층의 기억은 기억으로서 진술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이 필요할 때, 그것은 의식 속에서 홀연히 되살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