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죽은 몸뚱이가 적막한 것을 알면 더 분명해집니다. 사람은 끝내 고요한 데 이르게 생긴 존재입니다. 늦가을이 온통 기품으로 가득 차는 것을 보았습니다. 늦가을 오색 장엄 앞에서 겨울 백발을 짐작키도 어려울 것이 없고 봄 어리광 여름 장난을 이해 못 할 일이 없습니다. ![]() 거짓이 가득 차 있는 내 속부터 살펴야 합니다. 살피면 절로 밝아집니다. 마음에 환히 떠오르는 달 있으면 손가락이 무슨 소용? 해 지면 달 떠오르고 꽃피고 나면 지고 우리들 나고 스러지고 당연한 것이 당연히 오고 가는 그 자리에서 개나 사람이나 어리석어서 달을 보고 자꾸 짖습니다. ![]() 그 반편들―찌그러지고 썩고 병들어 문드러진, 콩들이 소복하게 파란 싹을 틔워냈습니다. 온전한 생명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죄송천만이었습니다. 제 속의 어둠을 툭 터뜨리면서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살지! 힘겨운 삶도 살아보면 기쁨 있는데.. 어리석음이 제 목숨을 제가 내다버립니다. ![]() 그러면 서로 부끄럽습니다. 면목없습니다. ![]() 어둡고 답답한 기운이 들어와 앉아서 편치 않습니다. 뱃속이나 마음속이나 방귀 크게 뀌고 나야 시원스러워집니다. ![]()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현란하고 변화무쌍합니다. 마음의 천변만화가 한눈에 보입니다. 그 마음이 어디서 왔는가? 빨래 다 걷어내고 나니 빨랫줄에 빈 하늘이 잔뜩 내걸렸습니다. ―그 하늘에 구름무늬가 들어 있는가? ![]() 이승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떠나게 될 풍광을 아시는가? 묻습니다. 모르면 눈 없는 사람, 알면 지레 죽은 사람입니다. 창문 열고 보면 그날도 허공에 구름 떠가고 있을 터, 창문 닫아도 허공에 구름 흘러가기 마찬가집니다. ![]() 조각달과 초롱한 별이 하늘에 지켜 서 있는 것 보였습니다. 피곤한 삶을 지켜 선 것이 거기도 있었구나 하고 어둠 속을 돌아보니 희미한 달빛에 조용히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더 있습니다. 아직 삽자국이 선명한 흙덩이들과 낮은 지붕들과 멀리 잣나무숲입니다. 그것들로 봄밤이 문득 아름답습니다. 한낮 햇살이 눈부시고 그 따사로움이 세상 키우는 힘이지만, 어둠 속에 온기 없이 희미한 달빛만으로도 마음 이렇게 넉넉해집니다. 이만큼만 나누어도 한시절 겨우겨우 살아가기는 하려니.. 차고 기우는 달은, 밝고 어두워지는 마음과 다를 바 없습니다. 육창(六窓)의 달. ![]() 아름다움에다 밝은 지혜의 두루한 힘을 넌지시 실어 보인 표현이 있습니다. TV의 작은 화면에 비치는 이미지와 메시지의 힘은 지혜 아니어도 한없이 크고 거침없습니다. 밝밝은 지혜의 언어는 어디 사시는가? 현주소가 궁금해집니다. 큰 강을 건넜습니다. 썩은 물도 흐르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기 꺼지지 않는 불빛의 홍수 속에서 많이 희미해진 도시의 달이 비치어 있었습니다. 낯익은 풍광인데 눈물겹습니다. ![]() 맑은 날, 하늘에 가득한 별들의 사방팔방 연속무늬를 배경으로 가끔 떨어지는 별똥을 만납니다. 별도 때가 되면 꽃 지듯 떨어집니다. 별이 지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지는 별을 보고 땅에서는 달빛의 하얗게 빛나는 배꽃의 낙화를 봅니다. 사람도 지는 법. 별 보고 꽃 보는 우리들도 그렇게 지고 맙니다. ![]() 사람들의 삶을 그렇게 바라보아도 좋고 새떼들이 먹이를 찾아 몰려다니는 겨울풍경을 그리 바라보아도 좋습니다. 그 눈으로 제 삶의 갈피와 구석구석을 조용히 보고 있으면 저혼자 소란스러운 것이 가여워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가여운 것이 바로 나인 줄 알게 되기도 합니다. ![]() 제일 가까이 있는 것이 낙숫물 떨어지는 풍경입니다. 저 혼자 듣는 낙숫물에 천천히 마음을 맡겨가노라면 낙숫물은 문앞에 드리운 발처럼 조용히 그저 있고, 나는 한없이 작아진 마음 한조각이 되어 있습니다. 문득 그 일뿐, 바깥풍경도 무엇도 다 사라지고 없습니다. 세상은 그 물방울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 버리면 오히려 새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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