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 - 현종규
내 가던 걸음
멈추기는 이번이 첨이 아니다
코스모스가,
길옆 과수원이,
과수원을 두른 탱자나무 노란 열매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이,
걸음마다 멈춰 서게 했다
그 짙은 향기하며,
그 야무진 결실하며...
그러나
너처럼 여리고, 흔하고,
멋대로 자라, 가누지도 못한 몸
다른 풀잎에 기대있는
그 앞에 멈추기는
이번이 정녕 처음이다
겨우 봇도랑 그늘진 곳에
입술 푸르러
못 견딜 그리움으로 혼자 짙은
네 앞에
내가 오늘 걸음을 멈추고야 만다
흔해빠져 외로운
너 달개비 꽃
청람빛 간절함이
질긴 명주실 되어
내 맘 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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