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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呼訴) - 김현승

Joyfule 2024. 7. 1. 16:14
     
호소(呼訴) - 김현승 


사랑하지 않고서 
나는 이 길을 더 나아갈 수 없나이다, 
사랑하지 아니하고서는...... . 

缺乏된 우리의 所有는 
새로운 假說들의 머나먼 航路가 아니외다, 
길들은 엉키어 길을 가리우고 있나이다. 

사랑의 기름 부음 없이 
꺼져가는 내 生命의 쇠잔한 횃불을 
더 멀리는 태워 나갈 수 없나이다, 
사랑의 기름 부음 없이는...... . 

배불리 먹고 마시고, 지금은 깊은 밤, 
모든 知識의 饗宴들은 이 따위에 
가득히 버리워져 있나이다, 
이제 우리를 풍성케 하는 길은 
한 사람의 깊은 信仰 사랑함으로 神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외다. 

사랑하지 아니하고 어찌하리이까, 
허물어진 터전, 짓밟힌 거리마다, 
싸늘한 鐵筋만이 남은 假說들을 부여잡고 
오늘 멍든 우리들의 가슴을 부비어야 하리이까? 
부러진 우리들의 죽지를 파닥거려야 하리이까? 

하염없이 무너져 나간 文明의 자국들--進步의 이름으로 
우거진 주검의 쟝글 속에서, 
지난날 智의 冠을 꾸미던 모든 나라의 찬란한 寶石보다 
더욱 빛나는 것은 오늘 사랑의 한끝인 당신의 눈물이외다! 

사랑하지 않고 어찌하리이까, 
偉大한 喪失을 通하여-- 
숨지던 極東의 山脈에서 디엔비안의 더운 屍體 위에서 
저무는 날 救援을 기다리던 北海의 먼 港口에서 
오오, 마침내 兄弟의 義로 맺어진 咀呪받은 따위 우리들, 
푸른 하늘에 사는 눈동자, 타는 입술이 그렇게도 닮은 우리들 

우리들의 처음 고향은 사랑이었나이다! 
永劫에도 그러할 것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