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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주말농장

Joyfule 2006. 10. 6. 01:32

 

도시민을 위한 녹색의 휴식처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독일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클라인가르텐
독일을 여행하다 보면 도시 주변에 조그만 오두막집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녹지공간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언뜻 지나쳐 버리면 혹시나 빈민촌이 아닌가 잘못 짐작하기 십상이고 가난한 소시민들의 채마밭 정도로 오인하기도 쉽다. 그러나 이 오두막을 갖춘 조그만 정원이, 바로 독일 국민의 반 이상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독일의 명물 ‘클라인가르텐(조그만 정원이라는 뜻임)’이다.
클라인가르텐은 독일에서 일반적으로 슈레버가르텐(Schrebergarte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슈레버(Schreber, Dr. med. Daniel Gottlob Moritz, 1808∼1861) 박사의 이름을 따왔다. 의사였던 슈레버 박사는 평소에 환자들에게 한결 같이 “햇볕을 쬐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흙에서 푸른 채소를 가꾸라”는 희한한 처방을 해 주었다고 한다. 비좁은 도시생활에서 오는 탁한 공기, 운동부족 등이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맑은 자연환경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운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박사 생전의 염원이었다.
슈레버 박사의 사위인 하우스쉴트(Dr. phil. Ernst Innocenz Hausschild) 박사가 슈레버 박사의 사망 후 3주기를 맞아 라이프치히 주민들과 힘을 합쳐 생전 고인의 염원이었던 어린이들이 놀고 운동하기에 알맞은 장소를 마련해 주기 위하여 슈레버 광장(Schreberplatz)을 만들었다.
그 후 학교 교사인 게셀(Heinrich Karl Gesell)이 이 슈레버 광장에 정원을 만들고 어린 학생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서 농사일을 배우도록 실습농장으로 운영하였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정원을 제대로 가꾸지 않아 잡초밭이 되어버렸고, 결국은 학부모들이 나서서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린이 정원을 돌봐 주면서 옆에 가족정원을 따로 만들어 구획도 하고 울타리도 둘러 처서 ‘슈레버가르텐’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바로 클라인가르텐의 시초가 되었다. 1870년 당시 이러한 소규모의 정원이 이미 100여 개에 달했다. 이러한 라이프치히의 본보기는 빠른 속도로 여러 학교와 도시에 전파 되어 이와 같은 형태의 정원단지들이 독일 전역에 조성되었다.
1870년 당시 주택난이 매우 심해져서 많은 정원 임차인들이 정원 안에 나무로 만든 조그만 오두막집을 지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클라인가르텐의 오두막집의 시초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이 거주하는 주거용 가옥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하고 있으며 그 크기도 6평 정도를 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도시의 자연환경을 바꿔주는 클라인가르텐
클라인가르텐은 도시와 주변에 공용녹지를 구획하고 정원으로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이 녹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간과 녹지를 연결해 주는 소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클라인가르텐은 도시민들의 사랑 받는 여가 이용시설이면서 동시에 협소한 일상생활에 찌든 심신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시켜 주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도시를 구성하는데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비좁은 주거 조건을 개선해 주기도하고 정원동호회 회원들 간의 사회적 접촉을 통한 원만한 사적 분위기를 조성해 주기도 한다. 클라인가르텐은 도시의 자연환경조건을 크게 개선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바 녹색식물에 의한 산소 공급, 해로운 가스와 먼지의 흡착, 공중 습도의 적절한 유지, 여름철 무더위의 기온저하 작용 등 마치 정원의 기능과 같은 생태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클라인가르텐에 비오톱(Biotop)을 조성해 줌으로써 다양한 동식물들이 자연과 가까운 생활공동체를 이룰 수 있고 토양과 물 관리에도 효과가 크다.
이러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클라인가르텐은 한 구획을 대개 3등분해서 휴양처로서의 오두막집 공간, 어린이들의 놀이 공간, 채소나 과일 꽃 등을 가꾸는 농작업 공간의 3대 요소를 고루 갖추어야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도 높아
전국적으로 클라인가르텐 단지마다 정원동호인협회가 조직되어 있는데 그 수는 약 15,000개소이고 회원수는 약 120만 명에 달하며 총면적은 약 4,664ha이다. 단지별 동호회가 모여 시군별 협회가 조직되고 그 위에는 전국적으로 19개의 주 단위협회가 있으며 전국단위로 독일연방협회가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들 클라인가르텐 단지들은 공공 통로와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의자를 확보하고 항구적으로 개방 되어있어 시민들이 공원처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정원 용지는 대부분 시유지 또는 국공유지로서 시군 또는 주정부가 임차인인 지역협회에 용지를 정원용으로만 이용한다는 조건하에 임대해 주고 지역협회가 이를 다시 소속 단지협회와 개개 회원들에게 재 임대해 주도록 위임하고 있다. 지역협회는 시유지의 대리 임대인으로서 전문 기술적 지도와 회원들을 보살펴줄 의무가 있으며 단지의 행정적인 관리와 감독을 맡아 하고 있다. 임대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회원 스스로가 정원관리를 할 수 없어 포기할 때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클라인가르텐을 내놓는 회원수는 극히 적어서 대기 하고 있는 신청자가 매우 많다. 클라인가르텐은 사적으로 매매나 양도를 못하지만 고령의 부모가 직계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고령 또는 이사 등 본인이 직접 정원관리를 할 수 없어 포기할 경우 오두막집 등 지상물에 대한 투자비용을 다음 인수자에게 받을 수 있는데 가격은 협회에서 평가하여 결정하며 대개 3000~4000유로 이상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로 제한하여 투기를 방지하고 있다.
신규회원의 입회자격은 신청순위에 따르며 아이가 많은 젊은 가정에게 우선순위를 주고 정원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외국인 가정도 우선적으로 배려되고 있다.

연간 1개 정원 당 평균 소요금액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350유로 정도이며 이 이외에도 종자, 묘목, 시설물 보수 등 매년 유동비용이 추가로 300~400유로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130만에 달하는 클라인가르텐은 국민산업적인 면에서도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다.
연간 소요비용은 대개 한 집 당 350유로화 정도로 일반 시민들이 그리 큰 부담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우수한 칼스루에시의 클라인가르텐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칼스루에시는 전통적으로 클라인가르텐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도시인데 이미 1921년에 최초의 클라인가르텐협회가 설립되고 1차 대전까지 약 1,100개의 정원이 생겼다. 1차 대전 이후부터 독일의 통화 팽창기를 거쳐 2차대전이 종식되기까지의 경제적 불황 시기에 클라인가르텐의 개소수가 약 7,000 개소로 증가하였다.
2차 대전 후에 해외로부터의 매우 많은 입국자들을 수용하게 되고 국민식량 사정도 악화되어 클라인가르텐의 수요가 크게 증가 하였다. 전후 복구사업을 위한 도로 및 주거단지 조성에 따라 클라인가르텐의 면적확보가 계속 더 요구되고 시당국은 클라인가르텐을 위한 보충단지를 조성하게 되었다.
칼스루에시에는 현재 약 7,800개의 소정원이 있으며 정원 한 구획 당 평균 면적은 250~300㎡으로 총 면적은 약 234 ha에 달하고 지역 정원동호인협회 산하에 79개의 단지 동호인회조직이 있다. 단지당 단위 소정원수는 17개에서 458개까지 규모가 다양하다. 시군단위의 지역협회장은 단지별 회장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하여 선출되는데 임기는 3년이며 무보수 명예직이다. 협회의 실질적 운영은 유급직인 사무장이 하고 있으며 현재 칼스루에시 협회장 Alfred Luethin 씨는 8년 동안 사무장직까지 겸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매 3년마다 클라인가르텐 경진대회가 열리고 지역에서 우승한 단지가 주 단위 경진대회를 거처 중앙경진대회에 참가하게 되는데, 칼스루에시는 전국 중앙경진대회에서 9번이나 금메달을 차지한바 있다. 경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단지내 개별 소정원들이 모두 아름답고 깨끗하게 관리 정돈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회원들의 단합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클라인가르텐의 조건
클라인가르텐은 어디까지나 휴식과 여가활용 공간이므로 주거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단지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으며 수세식 화장실도 설치할 수 없다. 물은 지하수를 파서 이용하는데 사람이 펌프질을 해서 뿜어 올릴 수 있는 깊이 이상으로 파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클라인가르텐에서 생산된 채소나 과일 등 농산물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판매할 수 없다. 정원 내에서 가축사육은 금지되어 있다. 극히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동호회원들의 양해 하에 소규모로 꿀벌을 사육하는 회원도 있다. 정원 주위에 설치하는 울타리는 누구나 정원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낮게 설치해야 하며 단지에 따라서는 아예 울타리를 없애버린 곳도 있다. 새로 단장하는 정원 안의 오솔길은 시멘트나 아스팔트 포장을 해서는 안되며 작은 자갈 또는 나무부스러기 등 자연친화적인 자료를 사용한다.
회원은 자기 정원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관리할 의무가 있으며 만약 정원 관리에 소홀하여 보기 흉한 채로 방치해 두는 회원에 대하여는 극히 드물지만 단지동호회에서 경고 후에 강제 퇴출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클라인가르텐의 효과


마을과 도시의 구성 요소로서 주거환경의 한 부분
자고로 자연과의 연결은 인간에게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과거 2차대전 직후 굶주리던 시기에는 슈레버가르텐의 형태로 식량생산이라는 산업적 소득 향상에 공헌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국민건강관리 분야에서 휴양과 유용한 여가활용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소정원은 병원침상을 절약해준다
소정원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약이 된다. 클라인가르텐은 5일근무제의 생활 패턴에서 여가 활용 문제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주며 온 가족을 함께 일하며 체험하는 순수한 체험공동체로 묶어준다. 어린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자연의 신비함을 실제 접촉하면서 인격형성에 기여하도록 해주며 노인들에게는 퇴직 후 인생의 황혼기에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일상적으로 노인들이 흔히 느끼는 사회로부터의 격리감을 해소하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
클라인가르텐 동호회원들은 현대사회의 산업화에 따른 개인주의적 고립화로 동호회 모임을 통해서 이웃들과 친근하게 어울리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효과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또한 정치와 사회가 부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 주는 국가 정치적 기능을 하기도 한다. 과도한 업무에 지친 사람들의 긴장과 심신의 피로를 풀고 다시 힘내서 일할 수 있는 힘을 재충전하게 하는 등 클라인가르텐은 모든 도시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과제들을 충족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공기정화, 먼지흡착, 소음제거 효과
잘 계획된 클라인가르텐 단지는 도시의 건축 밀집지역간에 필요한 녹지의 분리구간 역할을 한다. 도시의 교통정체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도시민의 보도와 자전거 도로 내지는 산책로로서 이용되며 어린이들의 안전한 놀이터와 시민들의 휴식처로서 공공의 녹지 공간 역할을 한다. 또한 가족간에 또는 친지들과의 만남의 장소가 되고 사회적인 면에서 이웃 동호회원들과의 접촉과 대화를 통한 사귐의 장소가 된다. 조사에 의하면 클라인가르텐은 직접 참여한 동호회원수보다 훨씬 많은 수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어느 다른 여가활용 시설보다도 이용인원이 몇 배나 많다고 한다.
즉 클라인가르텐은 동호회원뿐 아니라 인근의 모든 주민들도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휴식처로서 즐겨 찾고 매우 활용도가 높게 이용되고 있다. 클라인가르텐은 고유한 형태의 도시녹지화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전체적인 공공녹지의 관리와 유지에 있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클라인가르텐은 현대 도시와 마을 건설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에 의하여 독일연방의 건축법 제5조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계획을 수립할 때에 의무적으로 필요한 면적의 클라인가르텐 부지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녹색 생태학적 관점에서 공업지구, 상업지구, 주거지역을 연계하도록 하는 과제를 부과하고 있다.

클라인가르텐은 독일 도시인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도심의 생태환경을 지켜주는 동시에 관광농업의 효과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기고 황석중 전 농촌진흥청 연구관]
 

관련사진

 

 

독일 남서부 칼스루에시에 있는 클라인가르텐. 간단한 취사가 가능한 오두막이 있다.

잠자리가 서식할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

 

장애우를 위해 턱을 높여 작업이 용이하도록 배려한 정원.

 

 

집앞에 잔디가 깔리고 이름모를 각종 꽃들이 화려하게 피여있는 나만의 정원.

사과 등 과수나무도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완전 유기농 공간이다.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와 잘 손질된 잔디밭에 떨어져 있는 사과가 평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간단한 농사도 가능하다.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은 품질이 뛰어나 인기가 높다.

 

나만의 정원들이 즐비하다.

클라인 가르텐에서는 축산은 할수 없지만 꿀벌만은 예외다. 식물의 수정을 돕기때문일까?

칼스루에시의 클라인가르텐 관리 사무소.

칼스루에시 클라인가르텐 관계자와 황석중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