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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는 누구를 위해 쇼를 하나

Joyfule 2012. 5. 12. 01:03

돌고래는 누구를 위해 쇼를 하나


이동영 사회부 차장

한동안 중단됐던 서울동물원의 돌고래 쇼가 도로 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서울시에 따르면 몇 가지가 변경됐다. 돌고래들은 그동안 유료 관람객에게 ‘인위적인 점프’를 보여줬지만 앞으론 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야생의 모습’을 무료 생태설명회 참가자에게 선보인다고 한다. ‘돈을 안 받으니 동물쇼가 아니다’라는 논리다.

이번 조치로 서울동물원은 돌고래 쇼로 얻었던 연간 11억 원의 입장료 수입을 거둘 수 없게 됐다. 동물원은 이 돈으로 돌고래 관리에 필요한 바닷물을 사왔고(1억 원), 먹이(1억 원)와 인건비를 충당했다.

이젠 바닷물과 먹이값 등을 서울시가 예산으로 보전해야 할 상황이다. 돌고래 쇼를 보는 사람이 즐거움을 얻는 대가로 입장료를 내왔던 시스템을 없애는 대신 ‘무상 관람’을 위해 서울시가 세금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돌고래 쇼를 잠정 중단시키면서 시민 여론조사를 거쳐 최종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예산 낭비 대목이 또 발견된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돌고래 쇼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원했고 40%는 중단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다수가 원한 ‘유료 돌고래 쇼’를 제쳐두고 ‘무료 생태설명회’를 택했다. ‘이럴 거면 빠듯한 시 살림에 뭐 하러 세금으로 여론조사를 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료 생태설명회로 전환한 이유는 “쇼를 중단시키고 돌고래 ‘제돌이’를 방사하라”는 일부 단체의 강력한 목소리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의 정서나 판단과 동떨어진 주장을 시정에 반영하려다 보니 서울시가 바닷물 값과 여론조사비 등 불필요한 곳에 세금을 쓰게 됐다는 지적이다.

시민과 소통하는 ‘박원순식 행정’의 본질이 아니길 바라지만 이런 식의 행정이 가져올 낭비는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 논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9호선을 운용하는 민간사업자는 협약서 내용대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규정을 적용받아 왔고, 적자가 계속되자 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반응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닥치고 꿇어!’였다. 요금 인상 협상을 거부하고 사장 해임이나 투자자 수익 축소를 요구해 결국 사과문을 받아낸 것을 보면 그렇다.

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당장은 시민도 좋을 수 있다. 서울시의 재정은 넉넉하지 않고 도로나 철도를 건설할 때 지방채를 발행하는 건 부채비율을 높이므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되지 못한다. 결국 민간기업에서 사회기반시설을 지어 요금을 받게 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앞으론 이런 민간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은 ‘박원순 리스크’를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협약서를 아무리 잘 작성해도 느닷없는 서울시의 ‘꿇어’ 한마디에 수익성이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금융권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려 들 것이다. 그렇게 사업이 추진되면 시민이 그 시설을 이용할 때 그만큼 더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싸게 지을 길을 막고 ‘사회적 비용’을 더 들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복잡한 예산 운용을 잘 모르는 기자의 일방적 추측 아니냐고? 그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요즘 걱정하며 하는 말이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