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멀리서 말없이
오래오래 바라보는 것이 사랑. - 황청원
"사랑한다 사랑한다" 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몇번이고 입 안에 고인 그 말을 뱉어내지 못하고
뜨겁게 삼키고 말았습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라고 말하고 나면
사랑하는 일 가벼워질까 두려워서였습니다.
말하지 않은 후회 금방 불고 간 바람처럼 사라지고
사랑하는 일 더 무거워졌습니다.
한때는 가슴에 찍힌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사랑인 줄 알기도 했었습니다.
사랑으로 생긴 무늬는 꼭꼭 숨겨두어도
드러나게 되는 것임을 뒤늦게 알았었습니다.
한때는 마음에 박힌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사랑인 줄 알기도 했었습니다.
사랑으로 생긴 의미는 불러주지 않아도
쿵쿵 울려나는 것임을 뒤늦게 알았었습니다.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비 오면 함께 젖으며
끝도 없이 깊어지는 것임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바람 불면 함께 흔들리며
한도 없이 깊어지는 것임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강가의 나무들이 흘러가는 강물을 멀리서
말없이 오래오래 바라보듯
사랑도 때로는 멀리서 말없이 그렇게
오래오래 바라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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