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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장과 밤하늘과 반딧불 - 황송문

Joyfule 2006. 7. 10. 02:29


모기장과 밤하늘과 반딧불 - 황송문  
여름별밤 신비로 장식하던 아기별 
해가뜨면 보잘것 없는 프리즘 같아 
어머니는 대청마루에 모기장을 치고 
나는 반딧불을 잡아 그 안에 풀어놓았다. 
모기장 속 어머니 곁에 누우면 밤하늘 별밤이 아스라이 내렸다.
모기장은 하나의 우주였고, 
반딧불은 그 우주 공간의 별나라를 떠도는 아기별이었다. 
한동안은 말이 소용없었다. 
그저 아늑하고 편안하기만 한 그 공간에서 
밤하늘의 별나라를 가끔씩 
날아다니는 반딧불에 눈을 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엄마, 좋지?" 
"그래, 좋구나!" 
우리의 대화는 간결하면서도 느렸다
급할 것이 없었다.
.
. 
.
인간의 삶 가운데 꿈이라고 하는 것.... 
희망이라고 하는 것은 모기장 속의 반딧불 같은 것이었다.
별들이 총총 박힌 여름 별밤에... 
그처럼 모기장 속의 공간을 신비의 극치로 장식하던 반딧불도 
이튿날,날이 새고 해가 뜨게 되면 보잘 것 없는 
개똥벌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프리즘 같은 것이었다.
삼각 유리대롱을 돌릴 때마다 빛의 굴절에 따라 
총천연색 꽃무늬를 이루던 프리즘도 
시멘트 바닥에 깨어 놓고 보면 한갓 볼품없는 
유리조각과 색종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터득한 셈이다. 
그러나 인생은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 아닌가.
내가 사는 동안 나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모기장 속의 반딧불,
그것은 내 가슴속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