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에게 듣다 - 김유빈
봄 매화나무에 기대고
온순해진 가시들의 뾰족한 전언傳言을 듣는다.
눈밭을 헤친 손톱엔 양지가 자란다.
매화나무는 까칠한 내 친구
겉의 가시란,
속의 가시에 비하면 온순하다고
다독다독 알려주는 봄의 친구
얼음을 파랗게 다듬고
휘파람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친구.
매화나무에 귀를 대고 듣는
겨울의 우화羽化
한 그루 봄을 옮겨온 꽃들의 굴뚝에서
매서운 향기가 피어오른다.
벌들을 모아들이는 봄의 이마 같은 꽃
겨울 숲은 뭉클뭉클 꽃들을 만들어 내는 수공예단지다.
매화는 낮은 온도의 꽃
그 미적지근한 온기마저 나누어 주고
꽃들 다 허물어질 때까지
기둥을 두지 않는 집
몇 개의 꽃잎사귀로
하르르 불 밝히는 산의 셋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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