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먼 길 - 문정희

Joyfule 2010. 5. 3. 13:02
        
      먼 길 - 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 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를 발음해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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