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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내려받은 당신은 잠재적 피고인

Joyfule 2014. 3. 10. 08:53

 

[최현철 기자의 그럴 법 한 이야기] 무심코 내려받은 당신은 잠재적 피고인

[중앙일보] 입력 2014.03.10 00:38 / 수정 2014.03.10 00:42

무심코 내려받은 당신은 잠재적 피고인
저작권 침해 소송 4년 전의 18배
사이트에 덫 놓고 거액 요구도

 


가끔 인터넷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다운받아 감상하시나요? 늦은 밤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영화나 ‘야동’을 내려받으시는 분도 있겠죠. 예쁜 사진이나 좋은 음악을 가져와 내 블로그를 꾸미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 언젠가 통지서 하나쯤 받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귀하는 발신인이 보유한 저작권을 침해했습니다. 이미 모든 증거는 확보한 상태며 아래 전화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또는 “○○경찰선데요,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됐습니다. 출두하세요”라는 전화가 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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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제기된 민사소송은 2009년 171건에서 지난해 3142건으로 18배나 늘었습니다. 소송으로 가기 전, 돈을 주고 합의한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형사고소를 당하면 합의하지 않는 한 약식기소돼 벌금을 내야 합니다. 벌금형을 승복할 수 없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도 지난해 650건에 달했습니다. 영화·만화·소설·음악뿐이 아닙니다. 예쁜 글씨체(폰트), 연예인이나 멋진 풍경의 사진, 심지어 연예인 이름까지…. 분쟁의 소지가 될 저작권은 참 다양합니다. 인터넷 좀 한다는 사람은 누구나 잠재적 피고(인)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일부 법무법인은 아예 이쪽 분야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저작권자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위반자를 찾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거죠. 지난해에는 한 명의 원고가 무려 473건의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토렌트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는 분들, 위험합니다. 프로그램 특성상 다운로드와 동시에 업로드가 이뤄지기 때문에 집중 추적 대상입니다.

 뜻밖의 법원통지서나 출두 전화를 받으면 크게 당황하게 됩니다. 대부분 통지서에 나온 연락처(변호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봅니다. 알아듣기 힘든 법률 용어로 잔뜩 겁을 준 뒤 “당신 사정을 봐서 합의를 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처음엔 수천만원을 부릅니다. 사정을 하면 봐주는 듯이 수백만원으로 깎아줍니다. 상당수는 다행이다 싶어 덜컥 합의를 하게 됩니다. 정말 다행일까요?

 사안마다 다르지만 실제 형사 기소될 경우 벌금은 50만~100만원, 민사상 화해 금액도 5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무혐의 처리되거나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외면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률 지식과 인력으로 무장한 법무법인이 고소, 소송, 지급명령 등 다양한 무기를 들고 나오면 버티기 힘듭니다. 경찰이나 법원의 소환을 무시했다가는 큰 곤욕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법무법인 에스엔의 구주와 변호사는 “내가 어떤 권리를 얼마나 침해했는지 알아보는 게 최우선”이라고 조언합니다. 사실 변호사에게 상담받는 게 가장 좋은데, 여기엔 20만~30만원의 상담료가 필요합니다.

 이쯤 되니 저도 헷갈립니다.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일까요. 저작권은 당연히 보호해야겠지만 도대체 뭐가 보호대상인지 모르고 당하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특히 무지를 이용해 덫을 놓고 기다리거나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서는 저작권자(대리인)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결국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들 컴퓨터도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저작권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방치하다가는 부모님이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물거나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할지 모릅니다.

최현철 법조팀장

◆지식재산권=지적인 창작활동을 통해 생겨나는 권리로 저작권과 산업재산권 등이 있다. 문학이나 예술 창작품 등에 대한 저작권은 출판부터 작가가 죽은 뒤 30~50년간 보호된다. 특허·디자인·제조방법 등 산업재산권은 국가별 관리기관에 등록돼야 권리가 발생한다. 최근엔 유명인의 초상·이름 등도 재산권으로 인정받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