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기, 중국의 기회
마오는 잊어라. 이제 중국은 람 이매뉴얼 말을 새겨듣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2008년
“심각한 위기를 헛되이 낭비하지 마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미국의 적자 위기를 중미간 군사력 격차를 더 좁힐 절호의 찬스로 보는 중국 지도층 역시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공식 군 예산은 올해 1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관측통들은 실제로는 이 액수의 두 배 정도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향후 10년간 군 예산을 5천억 달러 가까이 줄이려는 시점에 중국이 적어도 11%를 늘린다는 사실은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우월성을 찬탈하려 한다는 데 대한 일말의 의심을 종식시키고도 남는다. 이제 문제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약화라는 두 가지 상황이 합쳐져 세계 제2차대전 후 이어져 온 세계 질서를 무너뜨릴지 여부다.
실제로 올해 중국의 군 예산 증가율은 12.7%나 늘었던 2011년보다는 적지만 이미 지난 10년 이상 매년 두 자릿수로 증가해왔다.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는 중국이 아시아 지역 전체 국방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올해 아시아는 수세기만에 처음으로 서방에 비해 더 많은 돈을 국방에 쓸 것이라고 추산한다.
어떤 이들은 아시아가 워낙 적은 예산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저 서방을 따라잡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1990년대까지 중국은 1950년대식 군대와 해안을 경비하는 해군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공군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예 없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이미 예전에 지나갔다. 아직 약한 부분도 있지만 중국 군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핵 잠수함, 최첨단 젯트 전투기, 현대화된 폭격기 등 점점 더 많은 최첨단 무기체제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군 내부를 혁신하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항공모함 킬러’라고 불리는 대함 탄도미사일을 생산하는가 하면,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사이버전에 대비한 준비(추정됨)도 하고 있다.
확실치 않은 것은 중국이 왜 세계 2위의 군사강국이 되려고 하는 것인가 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자유와 기회라는 위선적 어법에 본심을 숨긴 채 지난 70년간 실은 같은 일을 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미국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지금, 세계에서 경제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당당하게 미국의 자리를 이어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20세기에 미국이 영국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중국이 그리는 세계관은 미국의 것과 크게 다르다.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지난 4분의 3세기 동안 미국의 헤게모니는 두드러지게 호의적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우방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한편 초강대국의 기준을 새로 세우려고 노력해왔다. 평탄치 않았던 영국의 세계 자유주의 실험을 계승∙발전시켜왔다.
미국은 이러한 접근법을 중국에까지 확대했다. 지난 40년간 미국은 중국의 국제사회 진출을 적극 도왔으며 미 해군은 중국 수출선들이 지나는 바닷길을 보호해왔다. 공화당 정부든 민주당 정부든 미국은 중국의 인권유린 문제나 주변국을 괴롭히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길 꺼려왔다. 중국 정부는 아시아국가들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우려할 지 모르지만 모두 중국이 부상하기 전에 이루어진 동맹관계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 축”은 이제 중국에 맞춰져 있다. 모두가 클린턴 정부 때 시작된, 중국의 대대적인 군사예산 증강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이런 혜택을 공유하거나 세계 공익을 위해 미국이 했던 식으로 행동할거라고 믿을 만한 아무런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드러내놓고 이웃국들을 괴롭힌다. (혜택을 입고 있으면서도) 개방무역체제에 발끈한다. 자국 국민들에게는 압제적이면서 북한, 이란, 수단 같은 무법국가들을 일상적으로 지원한다. 따라서 중국이 세계 자유주의 트랜드에 합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며 자국에게 유리하게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오바마 정부를 비롯한 향후 미국 정부들은 아시아 및 세계에서 미국의 입지 약화를 가속화시키는 군 예산 감축 전략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 군 예산 절감은 미국 적자를 줄이는 데는 거의 아무런 효과가 없는 반면 세계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한가지 역할을 방해할 것이다.
미국이 2~11위 국가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예산을 군에 지출한다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들 중 미국이 맡고 있는 세계 공익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지고 있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쇠해가는 비행기와 선박들, 혹사당하는 군 관계자들은 이제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도록 강요당할 상황에 처했다. 무언가는 희생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아마 그것은 믿음직한 세계 안정화의 역군으로 남을 미국의 능력이 될 것이다.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는 근대 역사에서 가장 혜택이 큰 것이었다. 그것이 약해지거나 무너진다면 전쟁을 피하거나 호전주의를 통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우리가 지금 아끼려고 애쓰는, 그리고 중국이 기꺼이 지불하려고 하는 수십억 달러보다 훨씬 클 것이다.
(저자 Michael Auslin은 미국기업연구소 아시아문제 전문 상주학자이며wsj.com 컬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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