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짧게는 일 년, 길게는 수년 동안 조기유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영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아이를 미국 학교에 입학만 시키면 과외 걱정할 필요 없고, 아이 교육은 학교에서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정미선씨는 미국 학교에서 무엇이든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정씨에 따르면 주정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 시민의식의 바탕은 모두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에 만들어지므로 초등학교 규범은 꽤 까다롭다고 한다. 미국 학부모들이 하는 수많은 학교 참여 프로그램과 지역 커뮤니티 활동은 한국의 ‘극성 엄마’들 못지않다. 만약 적절한 시기에 학교 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하지 못한다면 아이가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다고. 아이 혼자, 또는 외국 생활 경험이 없는 부모나 친척을 동반하여 유학을 하고 있다면 잘 적응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성적이 좋은데 무슨 걱정이냐”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겠지만, 성적표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소외감과 부적응 때문에 아이가 고통 받고 있지는 않은지 체크해야 한다. 정미선씨는 미국 학교에서 머리가 좋고 똑똑한 한국 아이들이 학업 성적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인격적으로 존중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규칙이 모두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챙겨줘야 하는 학교 프로그램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것들을 실천해 나가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유학생활이라고 볼 수 없다. 부모의 관심과 지원 없이 해나갈 수 없는 것이 미국 조기유학이다.
정미선씨는 자신의 경험을 <세계인을 키우는 힘, 미국 초등학교>라는 책 3권을 펴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은 미국 초등학교에서 보내온 수천 장의 가정통신문을 바탕으로 엮여 있다. 한국에서 아이 넷을 키우다가 남편 사업의 이전으로 2001년 미국에 오게 된 정씨는 어마어마한 가정통신문의 양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 통신문을 자녀교육의 교과서처럼 생각하고 한 장 한 장 체크하는 미국 엄마들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고.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 학원 보내고, 과외 시키는 데 온 신경과 시간을 집중시키지만 미국 엄마들은 아이들 학교활동 뒷바라지 하는 데 집중한다. 미국 학교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고 영어 실력이 부족하던 정씨는 가정통신문으로 아이들을 교육시켰다. 가정통신문은 아이들의 점심식사 메뉴부터 학교활동, 사회활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통신문만 잘 지켜도 미국에서 아이 키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정도로 세심하게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초등학교의 알려지지 않은 진짜 모습 1.학교 지원 회비를 꼭 낸다 학부모들은 의무적으로 교사와 부모 및 친척까지 공동으로 참여하는 학부모회에 자동으로 가입되고 똑같은 비용의 회비를 내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몇몇 부모들의 잔치가 아니다. 5000원 정도의 회비를 공동으로 모아서 그 돈으로 학교 소풍날 선생님을 위한 점심을 사기도 하고 학교 행사가 있을 때 지원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학부모들끼리 자발적으로 바자회를 운영하여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 바자회에는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 그 지역의 상점들이나 기업체들도 참가한다.
바자회는 기금 마련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경제적으로 어떻게 엮여져 있는지를 아이들 스스로 체득하도록 하고 향후 아이들의 직업관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맞벌이 부부 학부모들과, 아이를 혼자 키우는 사람들도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에 운영된다.
2.지각과 결석을 하면 반드시 사유서를 보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학부모들은 아이를 매일 학교에 출석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가 지각이나 결석을 할 경우 전화 한 통화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만약 아이가 결석했다면 결석한 다음날 아이 편에 부모가 결석 사유를 작성하고 사인한 양해서를 담임선생님에게 제출해야 한다. 미국에는 아이의 결석과 지각을 일찍 학교에 알리는 ‘모닝콜’프로그램이 있다. 결석하게 되는 날 아침에 이 번호로 전화를 해서 꼼꼼하게 메시지를 남기면 된다. 만약 전화 없이 결석을 하면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오후에 결석을 확인하는 전화가 집으로 온다. 모닝콜에 전화를 했어도 다음날 아이 편에 양해서를 학교로 반드시 보내야 한다. 만약 아이가 집안 사정으로 학교를 이틀 이상 결석하게 되면 담임선생님은 가정으로 숙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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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아이들의 등하교 길도 보고한다 보통 등하교는 스쿨버스, 자전거, 도보로 이루어진다. 집이 먼 아이들은 스쿨버스가 배정되는데, 스쿨버스 기사는 아이들이 타는 곳과 내리는 곳을 항상 확인하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하차하지 못한다. 만약 아이가 평상시 내리는 정거장 외의 다른 곳에서 내려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학교에 전화를 하여 ‘비상 통행 패스’를 받아야 한다. 비상 통행 패스를 받지 못하면 아이는 처음에 지정된 위치에 내려야 한다.
아이가 자전거로 통학할 경우, 자전거통학허가서를 작성하여 담임선생님께 제출해야 한다. 미국 아이들은 자전거를 막 타기 시작할 무렵에 동사무소 같은 곳에서 어린이 자전거 안전교육을 받는다. 도보로 통학하는 아이들 역시 학교에 도보통학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엄마들이 세심히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다. 만약 아이가 스쿨버스 통학을 하다가 도보로 등교하거나 학부모의 차를 타고 등교하려면 부모는 반드시 사전에 학교에 신고해야 한다.
4.미국 아이들도 과외공부를 엄청나게 한다 한국에 대치동 극성 엄마들이 있다면 미국에는 ‘사커맘’이 있다. 축구 연습을 하는 아이를 뒷바라지 하려고 벤을 끌고 다니며 열성을 보이는 엄마를 말한다. 축구뿐만 아니라 승마, 성악, 무용, 악기 연주, 치어리더링, 수영, 연극, 여행 등 여러 가지 활동에 돈을 투자한다. 그러나 한국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미국에서는 이런 여러 가지 고급 운동과 활동이 정부지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만 있으면 질 좋은 활동을 싸게 할 수 있다는 것. 운동뿐 아니다. 미국은 한국의 돈 많은 집에서 하는 고액 과외가 없다. 즉, 유명 과외 교사에게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구청 문화원과 비슷한 ‘커뮤니티 센터’에서 수준 높은 수업을 거의 무료에 가까운 수업료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
5.매년 학기 초 학교를 방문해야 한다 매 학년이 시작되면 학부모는 3~4일 동안 학년별로 나누어 학교를 방문해야 한다. 그날 학부모는 학교 교육 방침과 학교의 발전사항이나 학생들의 평균 성적 등 전체적인 학교 활동 사항을 꼼꼼히 체크한다. 체크 후 학부모는 각자의 반으로 옮겨가서 담임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된다.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의 이름이 붙여진 자리에 가서 앉으면 담임선생님은 자신이 어느 대학을 졸업했고 전공은 무엇이며 경력이 어떻게 되는지 등 자기 소개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일 년 동안 아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지도해 나갈 것인지 설명한다.
각자의 책상에는 시간표를 비롯해 일 년 동안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교육과정의 세부적인 내용과 학년에 따라 추가 예방접종 서류, 치과 서류, 비상 연락망 카드 등 제출해야 할 서류, 그리고 학교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담긴 핸드북이 놓여 있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학기 초에 주어지는 이 모든 정보를 숙지하고 자료를 항상 가까이 두고 아이의 학습 진행에 참고한다.
6.수업 참관일은 반드시 지킨다 미국 초등학교는 학부모가 아이 학업을 늘 점검할 수 있도록 수업 참관일을 마련한다. 이 날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실을 방문하여 한 시간 동안 참관수업을 한다. 학년별로 이틀 정도 참석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편한 시간에 방문하면 되는데 이를 어기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아이 학년의 스케줄에 맞는 시간에 학교를 방문해 준비되어 있는 방문자 노트에 사인을 하고 ‘방문객’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가슴에 단 후 교실로 들어간다. 교실 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참관하고, 수업시간 사이에 특별히 쉬는 시간이 없으므로 적당한 시간이 되면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나오면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