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바 람 - 장석주

Joyfule 2007. 2. 14. 00:51
      바 람 - 장석주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
    몇 개의 길들이 내 앞에 있었지만
    까닭없이 난 몹시 외로웠네
    거리엔 영원불멸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달리고       
    하늘엔 한 해의 마른풀들이 떠가네
    열매를 상하게 하던 벌레들은 땅 밑에 잠들고       
    먼 길 떠날 채비하는 제비들은 시끄러웠네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의 바쁜 발길과 웃음소리       
    뜻없는 거리로부터 돌아와 난 마른꽃같이 잠드네
    밤엔 꿈 없는 잠에서 깨어나       
    오래 달빛 흩어진 흰 뜰을 그림자 밟고 서성이네
    여름의 키 작은 채송화는 어느덧 시들고       
    난 부칠 곳 없는 편지만 자꾸 쓰네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