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헤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오랜 친구
오랜 친구(老朋友)
1969년 중·소(中·蘇) 국경 우수리 강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자
닉슨 대통령이 키신저 안보보좌관에게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키신저가 말했다.
"2차대전 때 많은 나라가 히틀러의 보복이 두려워 유대인 입국을 거부할 때
중국은 우리 유대인을 받아줬습니다."
소련이 중국에 대한 핵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키신저는
"중국이 공격받는다면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소련은 핵 카드를 내려놓았다.
중국 외교사(史)의 일화다.
1971년 파키스탄을 방문했던 키신저는
"배가 아파 호텔에서 쉬겠다"며 언론을 따돌린 뒤 전세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키신저·저우언라이(周恩來) 비밀회담은
이듬해 닉슨·마오쩌둥 정상회담을 거쳐 1979년 미·중 수교로 이어졌다.
중국인은 키신저를 '인민의 오랜 친구 (老朋友·라오펑요우)'라고 부른다.
그가 중국에 올 때마다 융숭하게 대접한다.
지난해 중국에 머물던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이 숨졌을 때도
중국 언론은 "라오펑요우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당시 신화통신이 시아누크를 비롯해 '영향력이 컸던 라오펑요우 10명'을 꼽았다.
키신저, 아라파트, 사마란치, 무바라크, 시라크, 리콴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중국의 붉은 별'을 쓴 미국 기자 에드가 스노도 포함됐다.
'라오펑요우'는 긴 시간 속에 신뢰와 우정으로 다진 친구 관계를 이른다.
"옛 친구는 금(金), 새 친구는 은(銀)"이라는 말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제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박 대통령을 "중국 국민과 나의 라오펑요우"라고 불렀다고 한다.
시 주석은 2005년 저장성(浙江省) 당서기 시절
한국을 찾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만났다.
부산에 있던 박 대표는 일정을 바꿔 시 서기를 63빌딩 식당으로 초대했다.
두 사람은 새마을운동과 북핵 문제에 관해 두 시간이나 대화했다.
시 서기가 "새마을운동 자료를 보내달라"고 하자 박 대표는 책 두 상자를 부쳐줬다.
중국 국영 인민출판사는 박 대통령 전기
'절망이 희망을 창조한다. 박근혜의 특별한 인생'을 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인과 일상 대화를 나눌 만큼 중국어를 잘하고 중국 철학에도 조예가 깊다.
중국인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2세 정치인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은 두 나라 관계에서 큰 자산이다.
한·중 관계에 열린 '박·시 시대'가 한반도 문제를 푸는
'박씨'를 물어다주기를 기대한다.
<출처제공=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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