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제2교회는 2010년 예배당을 재건축하면서 이웃들이 편하게 찾아와 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교회 문을 열어 놓았다. ⓒ주재일 |
봄볕이 따사로운 5월의 첫째 주 화요일 정오, 일찍 점심을 해결한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인천제2교회(이건영 목사・인천시 중구 도원동 51)로 모여들었다. 교육관 5층 로비에는 먼저 도착한 노인 10여 명이 교회가 제공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인천제2교회가 운영하는 목욕탕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오후 1시에 개시하지만, 몇몇 노인들은 한 시간 전부터 도착했다.
인천제2교회는 2010년 예배당을 신축하면서 교육관 4층에 작은 목욕탕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로 고려했지만, 관련 법규를 맞추기 어려워 지역의 노인들과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내부를 조금 더 손본 다음 2012년 5월 8일 문을 열어 꼭 1년이 되었다. 동인천역 앞에서 노방 전도하는 인천제2교회 교인들이 토요일마다 노인들에게 목욕탕 이용 티켓을 나눠 준다. 사실 티켓은 이용 예상 인원을 체크하는 정도일 뿐, 티켓 없이도 이용하고 있다. 때로는 노숙하는 이들을 초대해 목욕을 돕고 새 옷도 제공한다.
일주일에 두 번 여는 교회 목욕탕
▲인천제2교회가 운영하는 작은 목욕탕. 한 번에 10명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이곳은 주변의 노인들이나 노숙인들을 위해 쓰고 있다. ⓒ주재일 |
일주일에 두 번 문을 여는 인천제2교회 목욕탕은 화요일에는 할아버지들이, 목요일에는 할머니들이 이용한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각각 30여 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목욕을 하고 간다. 목욕탕을 2년째 이용한 할아버지는 "여러 교회와 기관에서 별의별 혜택을 받아 보았지만, 목욕탕을 공짜로 이용하는 건 처음이다"며 반겼다.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형편에 목욕비 지출은 엄두도 안 났는데, 교회에 고맙다고 했다. 옆에 있는 할아버지들도 목욕탕이 있는 교회가 별나면서도 반갑다고 거들었다.
인천제2교회는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미리 수건과 타올, 비누 등을 준비해 놓는다. 한 번에 1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라 한꺼번에 몰리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김윤자 집사, 김현정 권사가 어르신들이 기다리는 동안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녹차와 율무차, 커피 등을 타 드리고 말벗도 되어 드린다. 옷이 너무 헐었거나 더러우면 새로 갈아입고 갈 수 있도록 깨끗한 속옷과 겉옷, 양말 등을 마련해 놓는다.
▲목욕하러 방문한 할아버지들. 목욕 전에 봉사하는 인천제2교회 교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목욕뿐 아니라 필요하면 새 옷이나 신발 등도 받아 갈 수 있다. ⓒ주재일 |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김찬식 할아버지(88세)가 운동화를 바꿔 신었다. 낡은 운동화를 본 봉사팀 팀장 김진승 집사가 새로 들어온 운동화로 바꿔 준 것이다. 옆에 있던 친구분들이 "나이키네", "잘 어울려" 하며 부러워하자, 할아버지도 흡족한 눈빛이다. 김 팀장이 때마침 안전화가 들어왔다고 하자, 막노동판에서 노익장을 자랑하는 김창호 할아버지(65)가 챙겨갔다. 평소 교인들에게 기증받은 신발과 옷 등을 깨끗하게 빨아 놓았다가 드리는 것이라고 한다.
▲김찬식 할아버지는 신발을 선물받아 신어 보며 흐믓해 하셨다. ⓒ주재일 |
인천제2교회 목욕탕을 이용하는 이들은 70~90대 노인들이고, 대부분이 1년간 꾸준히 이용한 이들이다. 봉사하는 집사들과도 허물없이 지낸다. 목욕 봉사단을 맡은 박경식 목사는 지난달부터 간단한 성경 말씀을 5~10분 정도 전하고 있다. 설교라기보다는 성경을 매개로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 이야기보다 "OO 어르신은 왜 안 나오셔요", "지난주에는 왜 안 나오셨어요" 하는 안부와 어디가 아프다는 근황을 주고받는 인사가 대화의 주를 이룬다. 목욕을 마친 어르신들이 나가는 길에는 빵이나 라면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드린다. 빈손으로 보내 드리기 미안해서다.
최고의 장애인 교육 터전, 삼일특수교육센터
인천제2교회 교육관은 목욕탕이 들어선 5층뿐 아니라 다른 층도 대부분 이웃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목욕탕에서 한 층 더 올라간 6층에는 삼일특수교육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설이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삼일특수교육센터는 유명한 교육 시설이다. 시설이 좋은 것은 물론, 일대 일 교육 방식도 가장 앞서 가기 때문이다.
삼일특수교육센터에서는 미술·언어·인지·특수체육·놀이 치료 과목을 다섯 명의 교사가 가르치고 있다.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은 예외 없이 선생님 한 명이 장애아 한 명을 전담해서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내 체육실을 비롯해 다섯 개의 작은 교실이 별도로 있다. 그러면서도 교육비는 다른 교육 시설에 비해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총무 최인희 집사는 지금 40여 명의 장애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고 대기자도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인천제2교회는 2001년 삼일특수교육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 운영하던 유치원을 정리하고 장애인 특수 교육에 집중한 것이다. 인천제2교회는 인천 지역 교회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일찍부터 유치원을 운영해 왔다. 1대 담임인 이승길 목사가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원조를 받아 모자원을 운영했고, 2대 담임 이삼성 목사도 꾸준히 어린이 교육에 애정을 쏟았다.
"우리 교회가 꾸준하게 해 오던 사역이지만 이미 많은 시설과 교회들이 어린이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는 장애인 교육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물론 우리 교회 안에도 지체 장애인들이 중심이 된 사랑부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일에만 예배하고 만날 게 아니라 주중에도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건영 목사)
▲인천제2교회가 운영하는 삼일특수교육센터. 대기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미술 치료 교육 장면. (사진 제공 삼일특수교육센터) |
기왕 교육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교사 한 명이 한 학생을 전담해서 가르치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교사들은 모두가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이들이다. 운영비는 전액 교회에서 충당한다. 관에서 재정을 지원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 길을 택하지는 않았다. 교회가 지향하는 장애우 교육을 분명하게 이뤄 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그렇다고 삼일특수교육센터가 인천제2교회만의 교육 시설은 아니다. 교인이 아니어도 비신앙인이어도 누구라도 지원할 수 있다. 교인이라고 대기 차례를 앞당기는 일도 없다. 오히려 교인들은 우리 교회가 만든 시설을 외부인이 쓰고 정작 우리는 대기자여야 한다고 불평할 만한 상황이다. 총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예외를 적용한 적 없이 공평하게 운영해 왔다며, 교인들이 교회 밖 사람들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품었기에 가능했다고 교인들을 자랑했다.
특히 기존 건물을 헐고 재건축하는 과정에서도 교회는 삼일특수교육센터를 쉬지 않았다. 재건축 논의 첫 안건이 임시 교육 시설 마련이었다. 교회 앞 2층 건물을 매입해 삼일특수교육센터를 이전한 뒤 재건축을 시작한 것이다. 이 목사도 교육센터를 개관한 뒤 교회의 이런 저런 사정을 이유로 쉰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고 했다.
"삼일특수교육센터는 초등부 예산의 10배를 씁니다. 그렇다고 수익이 생기는 일도, 교인이 늘어나는 일도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는 일에 왜 계속 투자하느냐는 원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 돈을 일반 교육 부서에 쓴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들 교육은 우리처럼 넉넉한 교회에서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이건영 목사)
구에 하나뿐인 어린이 도서관
▲인천제2교회 7층에 있는 꿈나래도서관. 이 도서관은 인천시 중구에 유일한 어린이 도서관이다. 일반인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앙 서적은 10% 이내로만 비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꿈나래도서관) |
7층에는 어린이 도서관인 꿈나래도서관이 있다. 9000권 이상의 어린이 관련 책이 있고, 그 가운데 90%는 일반 서적이다. 기독교 서적이 많으면 마을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위화감을 준다고 생각해 내린 결론이다. 계절에 한 번씩 새 책을 구입하면서도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다.
꿈나래도서관은 그냥 책만 보는 곳이 아니다. 구연동화 자격증이 있는 집사들이 봉사자로 나서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좋은 영화를 보고 토론한다. 인근 어린이집에서는 어린이 도서관 체험도 꾸준하게 온다.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필요한 책을 찾아서 읽고 다시 반납하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다. 특히 찾는 이들이 많은 주말에는 집사와 권사 예닐곱 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도서관의 어린이 회원은 500명가량이고, 한 달에 700명이 넘게 찾아 제법 북적거리는 도서관이다. 하지만, 마침 방문한 날에는 도서관이 텅 비어 있어서 원래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간사 임순미 집사는 "주중에는 한가하다"고 했다.
"요즘에는 어린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바빠요. 학교 끝나도 학원 가느라 도서관조차 올 시간이 없어요. 잠깐 방문해도 대부분은 대출해 갑니다. 그래서 주중에는 한적한 편이지만, 작은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있어요." (임순미 집사)
"꿈나래도서관은 최근 인천시 중구에서 우수 어린이 도서관으로 선정됐습니다. 우리는 잘 운영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꼭 이 같은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중구에는 어린이 도서관이 저희 한 곳밖에 없거든요.(웃음)" (이건영 목사)
사택 대신 농구장 지어
▲인천제2교회 헬스장. 교회 주변에 변변한 체육 시설이 없고 이용료도 저렴(1달에 1만 원)하기에, 이웃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재일 |
이 목사는 가난한 지역, 복지 혜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마을에 자리 잡은 교회라서 별것 아닌 일을 해도 돋보인다는 말도 곁들였다. 맨 꼭대기 층인 8층에 올라서면, 헬스장과 농구장이 있다. 헬스장에는 트레이너를 두고 찾는 이들의 운동을 돕는다. 함께 방문한 이 목사에게 교회가 별것 다하면 주변 상가들이 싫어하겠다고 했더니, 그럴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인근에는 헬스클럽 비슷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인천시 중구에서 영종 신도시 인구 8만 명을 빼면 2~3만 명에 불과한데,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이 발전할 리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교회 주변으로는 각종 철물, 공업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자꾸 개발되는 신도지 지역에서 밀려난 3D 업종이라서 이곳에 집중하는 현상이 심해져 지금은 500개 정도의 작은 공장들이 들어섰다. 그래서 곳곳에서 쇳소리가 들리고, 바람을 타고 쇠 타는 냄새가 날아온다. 편의 시설도 많지 않아서 공장 주변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에게 괜찮은 운동 시설을 제공하고 싶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
반 코트짜리 농구장은 이 목사가 끝까지 고집을 피워 만들었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이 목사는 재건축하면서 교회 한 쪽에 농구장을 만들려 했다. 그렇지만 건축법에 걸려 실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목사는 사택이 들어설 공간을 빼고, 코트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설계를 수정해서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자부심 때문이었을까, 농구장에 들어선 8층 옥상 쪽으로 가면서 교회를 설명하는 이 목사의 음성이 강하고 높아졌다.
이주노동자 위한 치과·내과·미용실까지
▲인천제2교회 교육관 전경. 교육관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이웃을 위한 복지관에 가깝다. ⓒ주재일 |
이 정도면 교육관이 아니라 복지관이라 불러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본당으로 통하는 1층에는 치과와 내과, 미용실까지 차렸다. 게다가 모두가 일요일에만 문을 열고 있다. 평소 문을 열다가도 일요일에는 예배를 위해 쉴 법하지만, 반대로 운영하는 건 이곳을 찾는 손님들 때문이다. 이 세 곳은 모두 이주노동자, 그 중에서도 중국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일요일에 중국인 예배를 드리고 난 뒤 이발도 하고 진료도 받는다.
"이국에 와서 아프면 서럽지요. 그중에서도 이가 아프면 제일 고생입니다. 보험이 적용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비싸서 대부분 참고 살다가 더 낭패를 봅니다. 그래서 치과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서비스일 것입니다." (이건영 목사)
이런 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교인들 중에서 의사와 간호사, 약사, 미용사들이 자원봉사를 나섰기 때문이다. 주변 공단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 한두 명 모여들면서 중국인들끼리 모여 예배를 드렸다. 담당 목회자와 예배 봉사자들도 배치되었다. 중국인들은 10여 명씩 무리를 지어 교회를 순회한다고 했다. 교회들이 나눠 주는 각종 지원 물품과 선물을 비교해서 더 나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제2교회는 선물이 전혀 없다. 그래도 150명 가까이 꾸준히 출석한다.
꼭 병원 진료 때문만은 아니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불법 체류자들을 대상으로 법률 지원을 해 주고, 밀린 급여를 대신 받아 주는 일을 하는 것 때문만도 아니라고 했다. 중국인 노동자들은 "6일은 짐승 취급을 받는데 하루만 사람으로 대접받는다"고 했다. 이 목사도 인천제2교회 중국인 예배가 가장 많이 모인다며, 교인들이 그들을 정성껏 만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인 예배는 중국어로 예배드리는 것 외에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 여느 교회의 외국인 예배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다만 친절하게 봉사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음을 다해서 만난다는 것은 당사자들이 가장 잘 느낀다. 한국에 있을 때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인 예배 부서의 교사들은 여름휴가 때마다 중국으로까지 심방을 떠난다. 이곳에 있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잘 하는지 격려 방문하는 것이다.
"딱 한 번 저도 따라가 보았습니다. 기차에 버스를 몇 차례 갈아타고 며칠이 걸려 깊은 시골 마을까지 갔습니다. 한국에서 손님이 온다고 하니까 중국 시골 마을에 잔치가 벌어집니다. 일가친척에 이웃들까지 모입니다. 당사자는 잊지 않고 이역만리까지 찾아온 우리를 보고 눈물을 안 흘릴 수 없지요. 우리 활동은 특별한 건 없습니다. 신앙을 버리지 않고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용기를 줍니다. 때로는 우리가 더 위로를 받고 오기도 합니다. 성도들이 모든 여행 경비를 자신들이 직접 마련하고 휴가까지 쓰면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목사로서 부끄럽습니다." (이건영 목사)
인천제2교회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중국을 심방했다. 지금까지 중국인 예배를 드리면서 거쳐 간 이들만 수백 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집사도 40여 명이다. 중국인들도 다른 교인들과 동일하게 최소 5~6년은 꾸준하고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해야 집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중국인 노동자들도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한 것이기도 하지만, 교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역자 배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인천제2교회 목회자 18명 가운데 중국인 예배 담당만 4명이다. 주중 심방과 주말 대심방을 꾸준히 펼치면서, 신앙생활은 물론 타국 생활의 불편함을 상담하고 도울 일을 찾는다. 이러한 활동 위에 치과와 내과 치료, 이미용 봉사를 펼치기에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이 목사는 보았다.
공룡 교회로 가는 길목에서 멈추다
인천제2교회는 성인 출석 교인이 2300명, 어린이와 청소년이 950명에 이르는 큰 교회이지만, 매머드급 교회로 성장할 기회도 있었다. 실제로 그러한 교회로 갈 계획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멈췄다.
35년 된 건물이 이곳저곳에서 말썽을 부리면서 수리비로만 매년 1억 원 넘게 들자 2000년대 중반 이전과 재건축 갈림길에 섰다. 마침 신도시가 들어선 인천 연수동에 3000평 규모의 골프연습장이 경매로 나오자 매입하려 했다. 지금 부지를 팔면 인수하고 교회로 꾸미는 데 무리가 없었고, 장로들도 모두 이 방안을 환영했다. 그렇지만 이 목사가 고심하다가 거부했다고 한다.
"여러 번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홀로 가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갈 때마다 반경 2킬로미터 안에 교회가 몇 곳인지 세 보았습니다. 상가 교회, 개척 교회, 중형 교회 포함해 50곳이 넘었습니다. 우리가 가면 그 교회들이 어떻게 될지는 훤했습니다. 상당수 교인들은 저희 같은 대형 교회에 흡수될 것입니다. 제 나름대로 펼친 여론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 나이를 생각하면 마지막 기회였기에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목회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큰 교회입니다. 여기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영 목사)
이 목사는 장로들과 협의 뒤, 교인들과 논의를 거쳐 재건축을 하기로 했다. 교인 규모를 따져 4000석 규모로 만들자는 제안이 많았지만, 본당은 최소한으로 줄여 1700석 규모로 지었다. 이 목사는 "교인 수를 더 늘려가는 데 집중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고 했다. 대신 이웃이 필요를 따져 편하게 교회를 왕래할 수 있는 시설을 최대한 많이 배치했다. 지금 교육관이 사실상 복지관, 주민센터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다.
새 건물을 준공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본당을 비롯해 교회의 여러 공간을 이웃들에게 내주고 있다. 인근 학교들 학예회와 각종 연주회, 시민단체들이나 장애인들의 행사도 수없이 치렀다. 최근에는 본당에서 가수 현미 씨의 효 콘서트가 열렸고, 교육관은 인하대 기독 동아리들 모꼬지 장소로 활용했다. 대관 조건은 간단하다. '금주 금연'. 대관료는 따로 책정하지 않고 교회를 빌리는 단체 형편에 맞게 감사헌금을 하면 된다.
시설뿐 아니라 인적인 구성, 재원도 나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우선 재정의 30%는 반드시 복지와 봉사, 선교를 위해 사용한다. 연 결산 40억 원 가운데 12억 원을 교회 밖으로 지출하는 셈이다. 교인들도 다양한 봉사 활동에 참여한다. 교육관 안에서 벌이는 다양한 사역에 봉사자로 나선다.
달마다 한 번씩 필치는 짜장면 봉사는 일간지에도 소개됐다. 교인 20여 명이 취사도구와 식재료를 차에 싣고 복지 현장을 방문해 삼사백 명에게 짜장면을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 드리는 활동이다. 인천 지역의 여러 복지관을 비롯해 수해 현장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외에도 무의탁 노인들에게 때맞춰 반찬을 배달하고,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전달한다.
결식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식사비로 주고 있다. 학교 근처 식당과 계약을 맺어 식비가 없는 학생들이 와서 밥을 먹고 가면, 교회가 월말에 결산해 주는 식이다. 교회는 누가 먹는지 따지지 않고 영수증만 올라오면 지급해 주고 있다. 학생들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려고 이러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무료 식비로만 매달 50만 원 안팎으로 지출한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성장 부흥 대신 일치와 연합을
▲이건영 인천제2교회 목사는 공룡 교회를 지향하지 않고 지금 수준에서 멈춘 것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웃을 위해 교회를 아낌 없이 개방하고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교인들과 목회해서 행복하다고 했다. ⓒ주재일 |
교회 전체가 자기만을 위한 체제가 아니라 이웃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이 목사는 자부했다. 이제 이 목사는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에 환갑을 맞아서 은퇴를 고려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나이이지만, 65세 후 조기 은퇴 시기를 결정할 생각이다. 아들과 사위 등이 모두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교인들에게 세습은 없다고 선언했다. 당회록에도 남겼다. 지금까지 지켜 온 정신을 이을 후임을 교인들과 함께 찾아갈 생각이다.
"우리 교회는 66년 동안 담임 목회자가 두 번밖에 교체되지 않았습니다. 한분은 소천, 한분은 정년퇴임하셨고, 저는 부목사 사역을 포함 26년을 목회했습니다. 요즘 같은 교계 현실에서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그만큼 교회가 일치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후에는 성장보다는 일치, 부흥보다는 연합을 우선하는 목회자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건영 목사)
이 목사는 은퇴 후 계획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미혼모 시설을 해 보고 싶다는 것. 교회 이름으로 작은 공간을 마련하면 자신은 좋은 아버지, 할아버지로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20년 전 추위를 피해 교회에 들어온 미혼모와의 만남 때문이다. 성가대 연습실에서 떨고 있는 미혼모를 사택으로 초대해 며칠 같이 지냈는데, 어느날 인사도 없이 떠난 것이 아직도 아쉽다고 했다.
"교회와 협의해야 하지만, 제 은퇴 자금에 교회가 조금만 지원해 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교회에서 기회를 준다면 마지막으로 펼치고 싶은 사역입니다. 그분들의 좋은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아내는 늙어서도 부엌에 가둬 두려 한다고 핀잔을 주지만, 당신이 하면 따르겠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한국교회 분위기라면 무사히 나가는 것만도 다행인 것 같은데, 꿈이 조금 거창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