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 아줌마의 삶과 교육이야기
결혼은 구매? - 김은영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호감을 갖고 데이트라는 것을 신청해오면
상대가 왜 그리 어리고 수준이 안 맞는지, 참 불편했습니다.
그 당시에 택시를 대절해서(자가용이 흔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데이트라는 것을 하고, 우아한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 먹고 해도 왠지 불편하고,
제자리가 아닌 것 같고, 정말 견딜 수 없어
그런 친구들이랑 몇 번 만나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곤 했습니다.
그 후에 3학년 때 사귀게 된 친구가 지금의 남편,
그는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로 장학금으로 학비를 대고 일해서 용돈을 벌어 썼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난했고 데이트 장소와 식생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매일 떡볶이를 먹었고 돈이 없어 허덕거렸습니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자기 관리 잘하고 최소한 제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이끌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소위 말해서 능력인가요?
그런데 세상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어렵게 일하고 돈 벌며 대학원(박사)까지 마쳤으나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남편은 대학교수 자리를 두고
몇 번 좌절을 맛본 뒤 45세가 넘어서 지방의 국립대학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저의 유학으로 떨어져 살게 되었지요.
다시 프롬의 결혼관으로 돌아가서, 독일의 총리 슈뢰더는 결혼을 다섯 번인가를 했답니다.
이혼도 그만큼 했다는 것이겠지요.
왜냐하면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면 할수록 그에게 자꾸
새로운 가치의 새로운 상품(여자)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살던 여자와 이혼을 했던 겁니다.
녹색당의 유명한 에른스트 피셔도 마찬가지더군요.
잘도 이혼하고 결혼도 합니다.
그는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서 봐도 아주 매력적이더군요.
살도 자기 맘대로 뺐다 쪘다 합니다.
현재 부인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롬의 결혼관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혼 20년이 지난 지금, 저와 저의 남편은 얼마만큼 각자가
스스로 내적인 재테크에 성공했는지 돌아볼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