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 아줌마의 삶과 교육이야기
결혼은 구매? - 김은영
결혼한 지 20년이 되는 날을 남편 없이 타향에서 맞이했습니다.
결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를 잠시 생각해봅니다.
성인 남녀가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는 행사, 의식,
혹은 보장된 성생활 등 아주 물리적인 개념일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결혼이란 일종의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 A라는 물건이 내가 사려는 것인데,
그것이 가치도 있고 조금 싼 것 같다는 느낌,
그래서 얼마간의 이익을 볼 수 있겠다 싶으면 구입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그것은 남자든 여자든 외부적인 조건, 즉 각자의 사회적 상황과 금전적 상황,
그리고 학력, 외모 등과 관련지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어느 정도 프롬의 결혼관에 동의합니다.
저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원으로 취직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만 그 당시 남자들에게
은행원이라는 직업은 왠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남자의 폭은 잘하면 대학을 나온 은행원,
그렇지 않으면 같은 상업학교를 나온 동기생들이 전부였지요.
이렇게 말하면 그 안에는 사랑이 있으니,
조건이란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할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기도 했고,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또 앞으로 제가 선택할 배우자의 수준 또한
고려해서 열심히 주경야독을 하여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자그마치 대학시험을 세 번이나 봤지요.
삼수를 할 때까지 은행 동기생들이 주말이면 하는
그 흔한 미팅 한 번 하지 않았고, 옆도 보지 않고
오직 대학입시를 위하여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미술대학에 입학했고 그 속에서 저와 다른
다양한 세상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미술대학이라 그런지 잘 사는 집안의 친구들도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