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편지 - 김남조
편지를 쓰게 해 다오
이 날의 할 말을 마치고
늙도록 걸르지 않는
독백의 연습도 마친 다음
날마다 한 구절씩
밤기도에 이슬내리는 적멸(寂滅)을
촛불빛에 풀리는
나직이 습한 악곡(樂曲)들을
겨울 침상(沈上)에 적시이게 해 다오
새벽을 낳으면서 죽어 가는 밤들을
가슴 저려 가슴 저려 사랑하게 해 다오
세월이 깊을수록
삶의 달갑고 절실함도 더해
젊어선 가슴으로 소리 내고
이시절 골수에서 말하게 되는 걸
고쳐 못 쓸 유언처럼 기록하게 해 다오
날마다 사랑함은
날마다 죽는 일임을
이 또한 적어 두게 해 다오
눈 오는 날엔 눈발에 섞여
바람 부는 날엔 바람곁에 실려
땅끝까지 돌아서 오는
영혼의 밤외출도
후련히 털어놓게 해 다오
어느 날 밤은
나의 편지도 끝날이 되겠거니
가장 먼 별 하나의 빛남으로
종지부를 찍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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