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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노래 - 이형권

Joyfule 2010. 4. 13. 10:23
    
    
    봄의 노래  - 이형권 
    나 그대에게 한 송이 매화꽃이고 싶었네.
    이른 봄, 돌담 가에 피는 노란 산수유 꽃이고 싶었네.
    나 그대에게 한 줄기 바람이고 싶었네.
    산골짝을 흐르는 시냇물에 부서지는 햇살이고 싶었네.
    토담밑에 피어나던 수선화 같던 누이여
    지난날 우리가 품었던 슬픈 여정을 기억하겠는가.
    꽃처럼 눈부시게 피었다 사라져 간 날들
    해마다 찾아오는 봄처럼 영원할 줄 알았지만 
    사라져 간 세월의 흔적만이 영원할 뿐
    이제, 흘러간 강물을 바라보는 일처럼
    추억의 그림자를 이끌고 길 위에 서 있노니
    지난 모든 봄들이 내 곁을 스쳐가듯이
    홀로 선 들길에 매화꽃 향기 가득하구나.
    돌아올 그 무엇이 있어
    가는 봄을 그리워하리오만은 
    바람 부는 저 산하, 옷고름 같은 논길을 따라 
    가슴에 번지는 연분홍 봄날의 향기를 따라
    마음은 먼 하늘가를 떠돌아 흐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