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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Joyfule 2019. 2. 21. 08:00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서른살 당신에겐 멘토가 있는가?

     김혜남 지음 /  도서출판 갤리온 펴냄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건 이 책이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 아니다.  제목의 `서른살'과 `심리학'이란 단어가 유난히 눈에 들어와 꽂혔기 때문이다.  서른살에겐 그 누구보다 심리학이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좀체,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 종잡을 수 없는게 사람이다.  서른살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같다.  사회생활에 노련하게 안착해야 하고,  인생의 반려에게 충실히 적응해야 하고,  부모님의 품에서 정말로 완전하게 독립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막중한 시기에 만약 우리곁에 멘토하나 없이 마음이 요동치는대로 살아간다면, 그 불안정성은 배가 되고 생활은 엉망이 돼 버릴 수도 있다. 

 

서른살이며 심리적으로 불안정성을 겪고 있는 독자들을 겨냥한 듯한 이 책의 지은이는 정신과 전문의 김혜남 씨다.  서른살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들을  과거 상담사례, 혹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먹은 지은이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다.  초반부는 정신분석의로서 얼핏 이론적인 측면을 해설한 듯 보이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저자의 오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삼십대가 겪는 여러 측면들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가득 담겨 있단 느낌을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서술되는 글에서 내가 지금껏 부딪혀왔던 문제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이란 죽을때까지 남에게서 배우고,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가는 존재다.  그런데 배우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공자님도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진정한 앎이란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르다고 하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고.  그러나 모르는 것을 안다고 자위할 때, 남의 조언같은건 깡그리 무시해 버리고, 독불장군으로 살아가게 된다.  서른살 자신의 주위에 멘토가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는 평소 공자의 이 명구(名句)를 좋아한다.  항상 부족한 점이 있으면 고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다. 그것이 부족한 인간으로서 겸손한 태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남의 조언을 잘듣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남의 조언 따위엔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고집을 소신으로 치부하고 자기 스타일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보면, 그런 사람때문에 주위 사람만 피곤해진다.  인간이란 본래 자기본위로 생각하고 살아가게 돼 있다.  이것이 본성이다. 그러나 사회생활 같은 개인이 계약관계하에서 인위적인 집단을 형성해 생활하게 되면,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이 대립하게 되고 그 안에서 적절한 타협이 이루어져야 자신과 남이 부딪히는 경우를 막아낼 수 있다.  우리에게 멘토가 필요한 이유다.

 

서른살은 이 집단안에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쌓아가야 한다.  사회는 일종의 전쟁터 아닌가?  우리에게 심리학이 또한 필요한 이유다.  타인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자신이 자신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속에 있지만, 마음을 닦고 조이는 일은 수도자들에게만 필요한게 아니다.  지천명을 넘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순한 정신분석학에 대한 학문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빠르고 가볍게 행간을 훑는 내 눈과 마음 모두 편안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몇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책에서 나는 가슴 따뜻한 멘토 한 명을 새롭게 만났기 때문이다.

 

몇개의 열쇳말들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직장생활의 황금률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 직장에서 좋은 관계를 만드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존중하고,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며, 나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고, 서로의 사적 영역을 존중하면 된다." p. 207  김혜남,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다음은 결혼 생활의 지혜가 묻어 나는 글이다.

 

"결혼은 서로를 가리고 있던 커튼을 열어젖힌다. 마치 화려한 무대 뒤에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소품과 장치들이 노출되듯이, 결혼과 함께 열린 커튼은 상대가 자신이 그동안 생각해 오고 예측해 왔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신혼 초에는 격렬한 부부 싸움이 일어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세세한 부분에서는 아직 맞지 않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마찰을 거듭하다 보면 두 개의 톱니바퀴도 부드럽게 닳아 돌아가게 마련이다. " p.272

 

곧 부모가 되는 이들이나 아이 양육에 힘들어 하는 이들에겐 다음 문구가 특히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꼬마와 같이 추는 왈츠와도 같다. 일방적인 수혜가 아니라 아이의 보폭에 맞춰 가며 같이 추는 왈츠, 때로는 이끌고 때로는 넘어지지 않게 잡아 주면서 음악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추는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다."  p.266

 

주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연륜으로 깨우친 삶의 지혜를 건내줄 멘토가 있다면 그는 자신의 삶에 든든한 응원군이나 지원군을 소유한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곁에 그러한 사람이 없다해도, 책을 읽는 사람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석학을 멘토로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책은 우리 삶에서 가장 큰 지혜의 보고이며, 내 삶의 멘토로서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아는 교수님의 자제분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교수님 왈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부감은 다 필요없고 책을 좋아하는 여자면 된다" 그러자, 아들녀석이 이리 말했단다.  "요즘 그런 여자 찾기가 더 어렵거든요"  그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학기중 많은 책을 읽히기로 유명하신 분이다.  멀리 전해든 말이지만, 그 교수님의 말 가운데서 그분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고 있다.  책읽는 인간은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을 품고 있다는 것을.

 

올해, 당신은 얼마나 많은 멘토와 만났는가?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 명박산성, 미국경제파산, 연예인 자살 등등. 다사다난 했던 한해가 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서른살에 반갑지 않은 나이가 더해지려 하는 순간이다.  우리 사회는 올해 평화롭지 못했다.  신문을 보니 대학교수들은 2008년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선정했단다. `쇠귀에 경읽기'란 뜻이겠다.  나도 사자성어 하나로 올 한 해를 정리해볼까?  "자업자득(自業自得), 즉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자기가 받음" 이란 뜻이다.  올 한 해 우리 국민에게 딱 어울릴 만한 사자성어다.

 

정신분석전문의 김혜남 멘토는 이 책의 마지막에서 "인생에서의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란" 평범한 말을 한다. 더불어 심리적 방황에 지쳐 있는 우리들에게 한마디 응원의 말을 던진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이 평범한 말 한마디와 그의 응원의 구호가 세밑 삼십대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  우리의 일상은 평범하고, 지혜란 단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