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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붕괴, 국제유가 하락 때문 / 2030 에너지 전쟁 / 대니얼 예긴 | |
문명은 에너지를 먹고 자란다. 이 책은 인간의 경제활동에 불가결한 에너지에 대한 탐구 보고서다.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담았다. 벽돌처럼 두툼한 두께, 다소 건조한 책의 제목에 얼른 책에 손이 가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한 번 집어 들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바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로서의 저력을 발휘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이 책은 에너지가 어떻게 세계를 바꾸어왔는지를 분석하고 또 어떻게 바꾸어갈지를 전망한다. 즉 에너지의 역사와 미래를 쓰는 이 방대한 지적 저작물의 첫 시작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의 하야 순간에 대한 소설 같은 묘사다.
"1991년 12월 25일 밤,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국영 TV에 나와 세상이 뒤집어질 발표를 했다. (중략)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무대 뒤의 희미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연설은 기껏해야 12분이었다. 그 뿐이었다. 공산주의는 70년의 수명을 끝으로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종언을 고했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천일야화'를 풀어놓듯 에너지가 글로벌 정치와 경제변화의 원동력이 되어가는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책장을 넘기면서 자주 감탄하게 되는 해박함과 통찰은 그의 전문성에서 기인할 것이다. 저자는 석유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재조명해 퓰리처상을 안겨준 '황금의 샘'(1992) 등 이미 다수의 에너지 관련 저서를 남긴 바 있다.
저자는 옛 소련의 붕괴를 이렇게 설명한다. 석유수출국인 덕분에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연명했던 허약한 체제가 유가 하락이라는 치명타를 맞은 탓이라고. 미국의 실패한 개입으로 회자되는 이라크 전쟁도 에너지라는 창을 통해 본다. 전쟁 개입에서 전후 복구까지, 그 어느 과정에도 이라크 석유 자원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고 비난한다.
이처럼 인류가 20세기에 기댄 화석연료 석유는 국가의 흥망을 쥐락펴락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정책은 거꾸로 세계 석유시장을 좌지우지했다. 그런 석유가 고갈돼 간다는 불안은 21세기 벽두부터 인류를 지배했고 저자의 관심 역시 가스, 태양열, 풍력, 바이오 연료, 전기 등 대체에너지로 숨 가쁘게 이어진다.
모두가 가능성 없다는 셰일 암석에서 가스 추출 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 노력을 기울였던 미국 휴스턴의 석유 가스 생산업자 조지 P. 미첼의 집념은 30년 뒤 북아메리카 천연가스 시장 판도를 바꾸었다. 전기를 발명한 건 에디슨이지만 과실은 따먹지 못했다. 그는 교류전기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전압이 낮아 멀리 가지 못하는 직류전기를 고집했다. 그가 설립한 전기회사는 결국 교류 전기회사 웨스팅하우스(GE의 전신)에 먹히고 말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배우 시절 연기는 못했지만 정치 수완은 좋았다. 덕분에 전기회사 GE의 홍보대사를 했고 이때 익힌 연설솜씨는 훗날 정치 자산이 됐다.
에너지 변천사를 풀어놓는 과정에선 이처럼 때로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때로는 기업 흥망사가 펼쳐진다. 저자의 박학은 흥미 있는 역사의 이면을 들춰내기도 한다. 1970년 중반 석유금수조치의 충격 이후 대체 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풍력에 세금 우대정책을 폈고, 그 바람에 과거의 '골드 러시'에 못잖은 '윈드 러시'가 있었다.
요즘 대체에너지로 주목 받는 에탄올은 이미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자동차 연료 지위를 놓고 석유와 경쟁을 벌였지만 뜻하지 않게 금주법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브라질의 현재 자동차 연료는 휘발유가 아닌 에탄올이 주류다. 에너지에 얽힌 비사는 두꺼운 책을 술술 읽히게 하는 양념 같은 요소다.
방대한 저술임에도 이야기가 옆길로 새지 않는 것은 저자가 책을 쓸 때 던진 물음을 일관되게 견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우선, 세계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에너지가 있는가, 있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둘째, 세계의 운명이 달려 있는 에너지 시스템의 안전을 도모할 방법이 있는가? 셋째, 기후 변화를 포함해 환경적인 문제는 에너지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반대로 에너지 개발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전기자동차와 바이오 연료는 과연 석유를 몰아낼 수 있을까?
저자와 같은 궁금증을 가져본 사람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돼 줄 것 같다. 에너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기업인, 에너지 안보와 주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정책입안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이경남 옮김.

제1부 석유의 신세계
제1장 러시아의 귀환 제2장 카스피더비 제3장 카스피 해 건너편 제4장 슈퍼메이저 제5장 석유국가 제6장 총체적 난국 제7장 이라크전쟁 제8장 수요 쇼크 제9장 중국의 발흥 제10장 추월차로에 들어선 중국
제2부 공급물량 확보
제11장 석유는 고갈되고 있는가? 제12장 비재래형 제13장 에너지 안보 제14장 페르시아 만의 움직이는 사막 제15장 해상의 가스 제16장 천연가스 혁명
제3부 전기 시대
제17장 교류 제18장 핵 사이클 제19장 거래의 파기 제20장 연료 선택
제4부 기후와 탄소
제21장 빙하의 변화 제22장 발견의 시대 제23장 ‘리우’로 가는 길 제24장 시장 조성 제25장 글로벌 어젠다 제26장 합의점을 찾아서
제5부 새로운 에너지
제27장 재생에너지의 재탄생 제28장 과학 실험 제29장 태양광의 연금술 제30장 바람의 미스터리 제31장 제5연료, 연료 효율 제32장 메워지는 에너지 보존의 간극
제6부 미래로 가는 길
제33장 탄수화물 인간 제34장 내부연소 제35장 위대한 전기차 실험
맺는 말, 그리고 위대한 혁명 역자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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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문명의 토대를 이루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새로운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혼잡한 베이징의 도로에서 카스피 해 해안까지, 갈등이 그치지 않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 국회의사당과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예긴은 우리의 미래를 가늠하게 될 중요한 의사결정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석유를 장악하려는 싸움, 지배권 다툼, 공급 불안, 석유 소모의 결과, 석유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석유 지배의 지정학 등 석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지속적으로 우리 생활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저자 : 대니얼 예긴 저자 대니얼 예긴(Daniel Yergin)은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발언권을 가진 대니얼 예긴은 예일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존 F.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강의하다가, 1977년 냉전 시대의 근원을 다룬 《흩어진 평화 Shattered Peace》를 펴내며 국립역사협회상을 받았다.
《에너지의 미래: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영향력 있는 저서로 인정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니얼 예긴의 대표적인 저서를 꼽는다면 무엇보다도 1992년 출간한 《황금의 샘》일 것이다. 석유를 중심으로 펼쳐진 국제 사회의 움직임을 재조명한 이 책은 당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대니얼 예긴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주었다.
또한 PBS/BBC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어 2천만 명의 사람들이 시청했으며, 에너지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과 국제사회의 이해를 증진시킨 공로로 미국 에너지상(United States Energy Award)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 밖의 저서로는 구소련의 붕괴 후 러시아 사회를 그린 《2010 러시아》, 정부와 시장과 세계화 간의 패권 다툼을 그린 《커맨딩하이츠》 등이 있다. 현재 대니얼 예긴은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협회 회장, 미국 에너지자문위원회 위원장, 미국 전략적 에너지 연구를 위한 에너지 전담부서 대표로 있다. 또한 미국 진보정책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 이사, 매사추세츠 기술에너지계획연구소의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역자 : 이경남 역자 이경남은 숭실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원을 수료하고 뉴욕 《한국일보》 취재부 차장과 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경제경영서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권력의 기술》, 《조셉 머피 마음 수업》, 《CEO처럼 나를 경영하라》,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탄생》, 《공감의 시대》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