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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Paradise Lost) - 존 밀턴 (John Milton)

Joyfule 2021. 9. 25. 10:07




  실낙원(Paradise Lost)

    밀턴 [John Milton,1608~1674] [영국]



해설

밀턴이 59세에 발표한 서사시 "실낙원"은 영국 문학 사상 최대의 대작일 뿐 아니라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기독교 문학의 두 기둥을 이루는 중요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열 권이었으나 후에 열 두 권으로 개편되어 1667년에 출판되었다. 밀턴은 일찍부터 호머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와 같은 대작을 쓰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밀턴은 이 "실낙원"에서 구약의 창세기에 기술된 인류 창조를 바탕으로 인류의 시조 아담과 이브의 타락을 중심 사건으로 서술하면서 신과 인간과의 기본 관계를 기독교인의 시각으로 통찰하였다. 장님이 된 밀턴이 구술로써 이 서사시를 완성한 것은 1655-1665년 경이라고 한다.

그는 젊었을 때 학문에 대하여 "조용한 시절에 너를 다시 만나겠다. 이 시끄러운 때가 아니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낙원"은 배경이 지상의 어느 한 지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천국에서 지옥에 이르는 광대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취급하였다.

"실낙원”의 주제는 높은 시상과 정열을 불러일으키는 보편적인 제재의 하나이며 오늘날까지 영원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빛과 어둠과의 싸움'과 '선과 악의 투쟁'이다. 그러나 곤란한 점은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흥미를 일으킬 두 인물이 순진한 인간들이기 때문에 "햄릿" 등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극적인 정열과 갈등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천진 난만함을 파괴시킨 사탄의 타락은 이 시에서 일관되고 있는 작품의 취지의 하나이다. 밀턴이 다루고 있는 문제는 자비롭고 전능한 신이 창조한 이 세계에 무질서의 씨가 어떻게 하여 침투해 들어왔는가 하는 것이다. "실낙원"은 그 광대한 구상과 높고도 먼 이상에 경탄할 정도이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그것을 예술적으로 처리한 그의 기교이다.

일찍이 아놀드(M. Arnold)는 그의 저서에서 "밀턴의 완전한 문체는 셰익스피어보다도 뛰어난 것이다. 밀턴은 그 사조와 운율에 있어서 영국이 낳은 최고의 예술가이다"라고 격찬하였다.


작가 약전

밀턴은 1608년 런던에서 출생했으며 6형제 중 3남이었다. 르네상스 최후를 장식한 휴머니스트인 밀턴의 문학적 생애는 18세 때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하면서 시작된다. 수려한 용모와 섬세하고 고상한 취미, 단정한 생활로 '학급의 귀부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재학 시절부터 시인으로서 명성을 떨쳤다.

1629년 22세에 대학을 졸업하고 최초의 걸작 "그리스도의 탄생의 아침"을 썼다. 1632년에 허튼에 이주하여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정독하고 수학과 음악을 즐기면서 6년을 보냈다. 詩作은 꾸준히 하고 있었다. "쾌활한 사람", "사색에 잠긴 사람"과 "아케이즈"는 1633년에 집필되고 초기의 최고 걸작인 가면극 "코모스"가 1634년에 상연되는 등 계속해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1638년에는 파리를 거쳐 이탈리아에 가게 되어 과학자 갈릴레이와 사귀었다. 나폴리에서 조국의 내란의 비보를 듣고 귀국을 결심했다. 그 때 그는 "동포가 고국에서 자유를 위하여 싸우고 있을 때 마음 편히 유람을 다니는 것은 비열한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밀턴은 1652년(46세)에 실명하였으나 1655년부터 "실락원"을 쓰기 시작하여 1665년 말에 완성했으며 1667년에 출판했다.


줄거리

태고 시대 해와 달이 아직 형성되기 이전의 일이다. 신의 나라와 악마의 나라 두 세계가 있었으며 그 사이에는 무수한 혼돈이 있을 뿐 지구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때였다. 우주의 대법칙에 따라 만물을 다스리는 전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성자(예수)를 후계자로 정하여 모든 신의 위에 있도록 하셨다.

천사들의 환희가 넘치는 하늘에서 재주와 용맹이 빛나는 사탄은 하느님의 총애를 받아 왔으며 천사장으로서 하느님의 다음가는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보좌와 주권에 대한 반역을 일으켜 다른 재앙을 가져오는 신들을 모아 싸움을 일으켰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의 교만과 불경을 벌하여 바닥 없는 지옥으로 내던지셨다. 그 때부터 천국에서는 그를 사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옥은 어두운 곳이며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유황불이 불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타락한 사탄은 휴식도 평화도 없는 불꽃의 바다에서 아홉 날 동안 고통을 받으며 혼수 속에 빠져 있다가 겨우 뜨고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일찍이 천국에서 하늘의 영광을 받으며 무상의 광휘에 싸여 찬란한 별들을 무색케 했던 내가 이렇게 파멸과 비참 속에 던져지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내가 비록 그 무시무시한 힘에 패하였지만 굳은 결심과 자존심 모멸감은 변치 않았다. 저주와 복수심으로 우리의 대적에게 영원한 싸움을 걸 작정이다"

그리고 바알세불에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불구대천의 성부 앞에 굴복하여 자비를 비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무슨 일에나 선을 쫓아내는 것이 우리의 본분이며 악을 행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선이라는 탈을 쓰고 악의 수단을 부리는 것이 우리들의 비운을 만회하는 길이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합해야 한다"고 말하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 거대한 체구를 일으켜 두 손으로 불길을 헤치며 큰 날개를 펴서 육지에 올랐다.

"이게 나의 영토인가? 천국의 광명에 비하면 어둡기만 하구나!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자유다. 천국에서 봉사하는 것보다 지옥에서 지배자가 되는 것이 훨씬 나은 일이다. 그런데 우리 동료들을 망각의 불바다에서 헤매게 해서야 될 말인가?"

악마의 대왕 사탄은 악의 천사들을 큰 소리로 불렀다. 그 소리는 크게 울려 퍼졌다 "전에는 천국의 아름다운 천사였던 너희들의 지금의 그 추태는 무엇인가? 깨어 일어나라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멸망한다"

이 부르짖음에 수많은 악의 천사들은 궐기하였다. 마치 애급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데리고 나올 때에 메뚜기 떼가 일어나 나일 강 유역을 어둡게 한 것처럼 악의 천사들은 화염을 어둡게 하며 지옥의 허공을 날고 있었다. 사탄은 그들을 총지휘하였다.

그들은 후세의 여러 민족에 의하여 숭배를 받은 악마들로 '몰록', '그모스', '아스타롯토', '아스토레드', '림몬' 등이었다. 타락한 천사들이 모두 모였다. 천만의 기치를 휘날리며 무수한 갑옷과 방패 숲과 같은 칼 종소리 북소리에 섞인 마군의 함성은 지옥의 밑바닥을 잡아 찢는 듯하였다. 사탄은 정연한 군대를 검열한 후 오만에 차 있다가 자신 때문에 자신을 따르던 수백만의 추종자들도 곤경을 겪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 만군 앞에서 세 번의 울음 소리를 내며 탄식하였다.

"너희들 천국의 영체를 이런 지옥에 떨어뜨렸으니 이제 평화는 없다. 누가 굴욕을 당하고 있겠느냐? 앞으로 전쟁이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수도에 모여 대회의를 열기로 하였다. 전부터 건축의 신 맘몬이 인솔하는 군대가 지옥의 언덕에서 금속을 파내어 건축에 착수하니 금빛 찬란한 악마들의 전당이 대지 가운데에 교향악과 함께 솟았다. 운집한 악마들은 대회의의 개회를 선언하였다.

그들이 하늘의 천사로 있었던 시절의 권리와 영광을 공공연한 전쟁으로 얻을 것인지 비밀의 간계로써 얻을 것인지를 의논하는 것이었다.

홀을 쥔 왕 몰록은 거센소리로 단연 전쟁을 주장하였다. 여신과 같은 벨리알은 승산이 없으니 이 지옥을 천국과 같이 금은 보화로 꾸며 행복이 깃든 보금자리로 개척하자고 황금 만능설을 내세웠다. 모두가 당당한 웅변이었다. 모든 악마들을 꾸짖으며 사탄의 계획을 지지하였다. 위험한 원정으로 하늘을 침범해도 전능자를 이길 수 없으므로 보다 쉬운 계책을 찾자는 것이다. 그 계책을 세울 한 곳이 있는데 하늘에서의 오랜 예언대로라면 지금쯤 인간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존재들이 창조되었을 것이니 신의 은총을 받은 그들을 악의 자식들로 만들어 창조주 스스로가 그들을 멸망시키도록 하자는 의견이었다.

사탄은 자기가 최고라고 자처하면서 악마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하여 몸소 탐험자가 될 것을 자청하였다.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는 사탄의 희생적인 정신을 찬양하는 소리는 뇌성이 울리는 것 같았다.

사탄의 지옥의 큰 문으로 향하였다. 문은 3중의 철 문 3중의 금강석 문 등 아홉 겹으로 굳게 닫혀 있었으며 불꽃에 둘러싸여 있었다. 문 앞에는 두 마리의 괴물이 앉아 있었다. 하나는 허리까지는 아름다운 여인인데 하반신은 뱀이었고 다른 하나는 형체를 구별할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시커먼 것이 지옥처럼 무섭게 서서 사탄이 가는 길을 막았으므로 사탄과 일대 격투가 벌어졌다. 지옥이 흔들리 만큼 요란하였다.

뱀의 모습을 한 여인은 "여보 당신이..." 하고 부르며 둘의 사이를 뚫고 들어가 싸움을 말리며 부자지간에 싸우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즉 이 마녀는 일찍이 사탄이 말리며 음모를 꾀할 때 등장했던 '죄'라고 부르는 미인이었으며 사탄과 불미스러운 사랑을 맺은 후 임신을 했는데 사탄이 하늘의 대전쟁에 패배하자 사탄과 함께 지옥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죄'의 배에서 나온 것이 무서운 창을 휘두르며 사탄과 싸우고 있는 '죽음'이며 모자는 함께 지옥의 문지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옥의 열쇠를 손에 쥐고 있던 '죄'는 남편인 사탄의 모험적 계획을 듣고 나서 그 계획이 성공하면 자기도 축복의 신세계에 들어가 죄의 환락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인류에게는 모든 비극의 씨가 된 그 열쇠로 다시는 닫을 길이 없는 지옥의 큰 문을 당겨 열었다. 지옥은 이 때 열려진 이래로 영원히 인간을 불러들일 수 있게 되었다.

외부에 전개된 암담한 혼돈의 심연은 밑도 끝도 없었고 거기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었으며 암흑과 혼돈이 그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냉, 열, 습, 건의 4용사가 혼돈의 심판에 의하여 서로 권위를 다투고 있었다.

모든 것은 우연히 지배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다도 육지도 불도 아닌 일체를 포함한 대자연의 묘지로서 심연이며 지옥이었다. 사탄은 지옥의 가장자리에서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날았다. 광막한 진공에 부딪혀 떨어지면서 방향도 모르고 헤매 다녔다.

사탄은 겨우 혼돈의 왕 카오스와 암흑의 왕 나이트의 원조를 얻어 희망의 피안에 이르는 지름길을 알게 되었다. 사탄이 개척한 그 발자취는 인간이 타락하기 쉬운 길이 되었다. '죄'와 '죽음'과 사탄이 지옥과 인간계와의 사이에 하나의 큰 다리를 놓은 것이다(이것은 하느님의 계획이었다)지옥의 마귀들은 낮이나 밤이나 다리 위를 방황하며 인간계의 선한 사람을 유혹하고 악을 조장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구원을 받은 선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의 죄를 지은 인간이 가게 되는 지옥의 길이 이 때에 열린 것이다.

사탄은 하늘의 문 가까이 갔다. 문에는 황금의 쇠사슬이 달려 있었으며 별처럼 빛나는 신세계의 공이 아래로 내려져 있었다.

이 때 하나님은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지구에게 인간의 시조 아담과 이브의 두 사람이 행복에 넘쳐서 환락과 사랑을 마음껏 누리며 불노 불사의 열매만을 먹고 지내는 것을 보고 계셨다. 다른 한 편에는 이제 갓 창조된 세계를 향하여 사탄이 날아오고 있었다.

하느님은 그의 아들에게 사탄이 인류를 죄에 빠뜨리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주어 유혹에 대항할 수 있도록 창조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사탄처럼 자기의 악의에서가 아니라 사탄의 유혹에 의해 타락되는 것이므로 하느님의 정의가 충족된다면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다고 하셨다. 인간은 신의 자격을 얻으려는 교만이므로 하느님의 존엄을 더럽혔으므로 그 죄를 회개하고 그의 벌을 대신 받을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 한 그의 자손과 더불어 죽음의 선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하느님의 아들이 자진하여 자신과 인간의 대속 제물이 되겠다고 하자 하느님은 이를 수락하고 하늘과 땅의 모든 이름을 초월하는 우월한 존재인 그에게 모든 천사들이 그를 예찬할 것을 명하셨다.

천사들은 노래로 성자의 덕을 찬양하였다. 이 때 사탄은 우주의 끝을 산책하다가 지구의 최상부에 다달았다. 이곳은 당시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광막한 들판이었으며 앞으로 땅 위의 모든 자들이 고통스런 미신과 맹목적인 열정의 결과에 대해 대가를 치를 곳이었다. 여기서 방황하던 사탄은 맞은편에서 흘러오는 한 줄기 빛 속에서 하늘 높이 솟아 있는 한 건축물을 발견하였다.

문은 황금과 금강석으로 꾸며져 있었다. 사탄은 놀라움과 비애에 사로잡혔다. 사탄은 젊고 우아한 천사로 변장하고 대천사 우리엘을 만났다. 새로 창조된 세계와 신의 위대함을 찬미하겠다는 구실로 인간 세계의 주소를 물었다. 우리엘은 천지 창조를 보기 위해 홀로 나온 것을 칭찬하며 길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하여 사탄은 아시리아의 우아테스 산상에 도달하였다. 사탄은 악의 천사가 되어 하느님께 복수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사탄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동안에 속임을 당한 우리엘은 날카로운 눈으로 사탄의 본성을 간파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탄은 에덴의 경계에 이르렀다. 많은 꽃과 아름다운 나무들이 있었고 높은 산비탈이 낙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사탄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에덴을 바라보며 신과 사람에 대한 음모를 시험할 장소를 물색하였다. 그는 중천의 태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 태양이여! 나는 옛날에 너보다 빛나는 권위자였는데 오만과 야심 때문에 타락하였다. 아, 이 무슨 일인가! 하느님에게 봉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복종을 멸시하고 스스로 반역하였다. 이것은 내 몸에서 생긴 독이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무한한 노여움 무한한 절망 어디로 가나 그것은 지옥이다. 내 자신이 지옥인 것이다. 그렇다면 단념하겠다. 회계할 여자는 없는가? 그것은 복종하는 것 그러나 내가 가장 멸시하는 것 복종을 맹세한다 해도 마음 편할 리 없다. 결국 내게는 아무것도 없다. 희망이여 공포여 후회여 그럼 안녕! 일체의 선을 나는 잃었다. 악이여 너야말로 나의 신이다. 너에 의하여 나는 적어도 하늘의 반 이상을 지배할 것이다"

사탄은 향기로운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숲길을 걷고 있었다. 울창한 숲속에 문이 하나 있었다. 에덴 동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사탄은 일부러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몸을 가볍게 날려서 절벽을 한 발로 뛰어넘어 광명의 낙원에 숨어 들었다. 마치 늑대가 목자의 눈을 피하여 양 떼 가까이 가는 것처럼 도둑이 밤중에 숨어 들어가는 것처럼 최초의 큰 도둑 사탄의 침입으로 신의 전당에 음란한 사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사탄은 낙원의 중앙에 가장 높이 솟은 생명의 나무 아래에 탐욕의 새 고루모란도와 같이 악마의 날개를 쉬며 새로운 낙원을 의심의 눈을 반짝이며 돌아보았다.

에덴의 낙원 중앙에 과실 나무와 신비로운 나무 향기 좋고 맛 좋은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뛰어난 것은 생명의 나무였다. 보석과 같은 이 나무의 과실은 너무도 향기로워 잠을 모르는 신들이 한없는 환락의 춤을 추고 있었다.

아담과 이브가 살고 있는 낙원은 환락과 행복의 선경이었다. 사탄은 뜻하지 않은 광경에 마음이 타는 듯한 분노와 부러움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늠름한 아담의 모습과 청초한 이브의 질투심이 일어났다. 거기에는 권리와 지혜와 참다운 자유의 성결함이 빛나고 있었다. 싱싱한 과실 나무들의 생명을 부르는 그 아름다운 맛은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생명의 나무 옆에는 우리의 죽음인 지혜의 나무가 서 있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고 자주색의 열매가 달린 포도 넝쿨 새들은 아름답게 합창했다. 자연의 신 춤의 신은 즐겁게 춤을 추었다. 아담과 이브는 서로 손을 잡고 벌거벗은 채 걷고 있었다. 그들은 악을 몰랐으며 사랑으로 맺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녹음에서 또는 분수 옆에서 쉬었다. 유쾌한 동산에서의 상쾌한 서풍을 받으며 산책하다가 과실을 저녁으로 먹었고 먹은 과실 껍질로 맑은 물을 떠 마셨다. 앞에는 지상의 여러 동물들이 와서 장난을 하였다. 태양은 점점 기울어지고 돌아오는 별들은 저녁 하늘의 선구자처럼 반짝였다.

사탄은 점점 가까이 가서 두 사람의 즐거운 대화에 부러운 듯이 귀를 기울였다. 아담과 이브는 최초의 남자와 최초의 여자였다

"이브여, 너는 나의 모든 기쁨이다. 신은 우리들을 흙으로 빚어 이 낙원에 살게 하셨다. 신은 자비롭고 영광된 분이시다. 우리들은 이 낙원의 모든 나무 가운데 생명의 나무 곁에 있는 선악과만 따먹지 않으면 된다. 삶의 옆에는 죽음이 있다. 죽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무서운 것이리라 너도 저 나무의 과실을 맛볼 때 죽음이 우리들에게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 그 외에 모든 것에 대해서는 무한의 자유가 허용되었다. 또 어떠한 환락도 무한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의 생활은 항상 신을 찬미하고 초목과 꽃을 기르는 일이다"

이브는 아담의 존귀함을 찬미하였다. 악마는 이것을 듣고 "그들에게 금지된 나무가 하나 있군. 선악의 지혜를 금하고 있는 것이다. 안다는 것이 죄가 되는가? 그것이 죽음인가? 그것은 불합리하다. 그것이 그들의 신에 대한 신앙과 복종의 증거인가? 나는 이제부터 그들의 마음을 유혹해야겠다. 그리하여 금단의 과실을 먹고 죽게 하리라"라고 중얼거렸다.

사탄은 그들을 파멸에 빠트릴 방법을 찾아낸 것을 기뻐하였다. 조용한 낙원의 저녁 동물들은 숲 속으로 들어가고 새들은 나무에서 꿈을 꾸며 나이팅게일만이 밤의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달이 구름의 베일을 걷고 나타났다.

아담과 이브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들의 잠자리는 자연 그대로의 과일 나무들과 향기로운 꽃과 아름다운 나무로 덮여 있는 조용한 장소였다. 사탄은 마술로써 환각과 꿈과 공상을 갖게 하였다. 그녀의 순결한 머릿속에 불평 불만의 생각을 갖게 하고 방종한 욕망과 교만이 생기는 환상을 갖게 하였다.

아침이었다.

동쪽 하늘의 태양이 붉은 진주를 땅 위에 뿌릴 때 아담이 여느 때처럼 잠에서 깼으나 이브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담이 손을 잡고 흔들자 이브는 눈을 뜨고 어젯밤의 악몽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타락의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하여 늙은 천사 라파엘을 불러 두 사람을 보호하도록 명하셨다. 라파엘은 아담과 이브에게 사탄의 이야기를 들려 주며 경계하도록 하였다. 아담이 천지 창조에 대하여 묻자 라파엘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하느님께서는 성자가 사탄과 싸워 이긴 것을 칭찬하여 새로운 세계를 하나 창조하고 거기에 인류를 살게 하고 기쁨과 사랑의 왕국으로 만드셨다. 그 창조는 6일 간에 이루어졌는데 제1일에는 낮과 밤을 구분하셨다. 제2일에는 하늘과 물을 구분하셨다. 지구에 땅과 바다를 만들고 대지 위에 풀과 나무와 꽃이 나게 하신 것이 제3일이었다.

해와 달과 별을 만든 것이 제4일이었다. 바다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게 하고 육지에는 하늘 높이 새들을 날게 하시어 제5일은 조류와 어류를 만드셨다. 창조의 제6일은 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을 흙으로 만들어 생명의 입김으로 불어넣으시고 자연을 다스리게 하셨다. 신은 그것을 남성이라 하고 다시 여성을 만들어서 지상에 자손을 퍼트리게 하셨다. 제7일에는 창조된 세계를 흡족해하며 모든 일을 쉬셨다

이러한 말을 하는 동안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서 천사와 헤어지게 되었다. 사탄은 아담과 이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자고 있는 뱀을 만나 그 몸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다시 아침이 되었다. 에덴 동산에는 아침 기도를 끝낸 두 사람이 그날의 밭갈이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브는 나무와 꽃들이 무성하므로 일거리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 서로 웃고 이야기하고 쳐다보느라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니까 따로 떨어져서 일을 하자고 말했다. 아담은 라파엘의 경고를 떠올리며 유혹이 위험하다면서 따로 일을 하는 것에 반대했으나 이브의 자신감 있는 얘기를 듣고 양보를 하여 이브의 말대로 하였다. 악령에게 끌린 뱀은 이브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대단히 기뻐하며 장미꽃 그늘에서 일하고 있는 이브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브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며 유혹하기 시작했다

"아니, 동물이 인간의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있을까?"

"여왕님, 어느 날 내가 들을 배회할 때에 금색의 과실을 가진 한 나무를 보았습니다. 그 향기로운 냄새가 식욕을 돋구어 맛을 보았더니 나에게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 이렇게 이성과 언어의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브는 뱀의 말을 듣고 그 나무의 있는 곳까지 안내를 받았다. 그것은 죽음의 두려움으로 금지된 지혜의 나무(선악과)였으므로 깜짝 놀라 물러서려 하였다.

뱀은 대담하게 "하느님께서는 이것을 금하고 당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셨습니까? 여왕님 믿지 마십시오. 죽지는 않습니다. 그 과실은 지혜를 주는 것으로 나를 보십시오. 그것을 먹었어도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높고 완전한 생명을 얻은 것입니다. 동물인 나는 인간이 되었으니 인간인 당신은 틀림없이 신이 될 것입니다. 선악의 지식에 도달하는 것이 어찌 죄악이 되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

잠시 선악과를 바라보고 있던 이브는 "저 아름답고 먹음직스러운 과실, 뱀이 말한 것처럼 영험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금지하신 하느님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인간에게 허락치 않은 것을 동물에게 허용하실 리가 없을 텐데 금지한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라고 말하며 이브는 과실을 따서 입에 넣었다. 죄를 범한 뱀은 풀 속으로 미끄러져 도망하고 이브는 과실의 아름다운 맛에 취하여 홀로 중얼거렸다

"아, 지혜의 길을 열어 준 과실 나의 이 변화를 그에게 알려서 같이 행복을 즐겨야지"

이브는 과실이 많이 달린 가지를 꺾었다. 이브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아담은 새파랗게 질렸다.

"이미 생긴 일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살겠느냐?"고 말하면서 그녀와 같이 벌을 받고 죽을 결심을 하였다. 아담도 그 과실을 먹었다.

효과가 나타나서 두 사람은 독한 포도주에 취한 것처럼 음욕에 불탔다.
두 사람이 눈을 떴을 때 마음을 덮고 있던 흥분은 사라지고 불안한 마음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놀라서 앉아 버렸다

신앙도, 청정도, 결백도 모두 사라지고 악을 아는 마음이 되었다. 그들은 나체를 부끄러워하여 무화과의 잎을 엮어 허리에 감았다

하느님께서 이 소식을 들으시고 "그들의 유혹자가 지옥을 빠져 나올 때 알고 있던 것이 마침내 왔다. 인류는 타락하였다. 그들에게 줄 것은 이제 죽음의 선고이다. 그 심판으로 가리라"라고 성자께 말씀하셨다. 아담과 이브는 바람에 들려오는 신의 음성을 듣고 벗은 것이 부끄러워 숲 속으로 숨었다. 성자는 불순한 그들의 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선고하였다

"뱀, 너는 배로 기어다닐 것이며 평생 진흙만을 먹으라! 너와 여자는 영원히 원수가 되어 여자의 자손은 너의 머리를 깨뜨릴 것이며 너는 사람의 발뒤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다. 이브 너는 비애에 젖어 살게 될 것이며 해산할 때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남편의 의지에 절대 복종해야 하며 남편은 너를 거느릴 것이다"

그리고 나서 아담을 향하여 선고를 내렸다. "아담이여 이제부터는 흙을 갈고 흙으로 돌아가는 운명을 갖게 되리라"

이브는 아담에게 용서를 빌며 자손에게 미치는 저주를 피하기 위하여 자살할 것을 제의하였다. 그러나 아담은 "너의 자손이 뱀의 머리를 깨뜨리리라고 하신 신의 말씀을 잊었는가? 자손들에게 희망을 가지라 너는 이제부터 아이를 낳을 때 고통을 당하고 나는 일을 하여 빵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의 죄악은 슬픈 일이지만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며 기뻐하자" 하고 위로하며 두 사람은 쓸쓸히 낙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