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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11. - L. 톨스토이

Joyfule 2018. 12. 24. 02:35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1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세묜과 마뜨료나는 자기와 함께 살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자 
    두려움과 기쁨으로 눈물을 흘렸다.
    천사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벌거숭이가 된 채 혼자 들판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인간의 부자유도 추위도 굶주림도 몰랐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인간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춥고 배가 고팠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들 가운데 하나님의 교회를 발견하고 몸을 피하려고 거기로 갔습니다. 
    교회는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날이 저물자 나는 춥고 배가 고파 온몸이 쑤셨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장화를 신고 길을 걸어오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가 사람이 되어 처음 본 그 사람은 송장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나는 너무 무서워 얼굴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 사나이는 추운 겨울에 몸을 감쌀 옷과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춥고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저기 오는 사람은 두 내외가 걸칠 외투와 빵을 마련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저 사람은 나를 도와 줄 수 없다.'
    그 사람은 나를 보자 얼굴을 찌푸리고 더욱 무서운 얼굴이 되어 지나가 버렸습니다. 
    나는 낙심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되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쳐다보니 좀 전에 본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그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습니다. 
    나는 그 얼굴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내 곁으로 다가와 옷을 입혀주고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어떤 여자가 나왔습니다. 
    그 여자는 남자보다 한층 더 무서운 얼굴이었습니다. 
    나는 그 입에서 나오는 죽음의 입김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그 여자는 나를 추운 밖으로 몰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때 나를 쫓았다면 여자도 죽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때 남편이 하나님 얘기를 하자 그 여자는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그 여자는 우리에게 저녁상을 차려주며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여자의 얼굴에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생기가 돌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얼굴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 나는 '사람 마음속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되리라'는
     하나님의 첫 말씀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내게 깨우쳐 주셨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뻐서 처음으로 웃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말씀은 알 수 없었습니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말씀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집에 온 지 일년이 지났습니다. 
    한 사나이가 와서 일 년 동안 닳지도 터지지도 
    일그러지지도 않는 장화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 사람 등뒤에 내 친구인 죽음의 천사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 외에는 아무도 그 천사를 보지 못했지만, 
    그 날이 저물기 전에 부자가 죽게 될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일년 신어도 끄떡없을 장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오늘 저녁 안으로 죽는다는 것을 모른다.' 
    그때 나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하나님의 두 번째 말씀을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는 이미 알았지만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또 깨달은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로 웃었습니다. 
    친구 천사를 만난 것도 기뻤지만 
    하나님께서 두 번째 말씀을 깨우쳐주신 것이 더 기뻤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한 말씀은 아직 깨닫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것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나는 여기서 살면서 하나님께서 마지막 말씀을 깨우쳐 주실 때를 기다렸습니다. 
    6년째가 되었습니다. 
    어느 여인이 쌍둥이 계집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나는 이 아이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자식을 키우게 해달라는 그 어머니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부모 없이는 아이들이 자라지 못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남이 키우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여자가 남의 자식을 가엾이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을 때 
    그 속에 살아계신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마지막 말씀을 깨우쳐 주시고
    저를 용서해주신 것을 알고 나는 세 번째로 웃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