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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Joyfule 2021. 9. 28. 10:31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빅토르 위고 (Victor Marie Hugo)

   

제1부 팡틴


2.

그해 시월 초, 해질 무렵 한 사나이가 디뉴의 거리로 들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은 불안한 눈초리로 그 낯선 사람을 쳐다보았다. 사나이는 중간키에 뚱뚱한 몸집이었으며 나이는 마흔예닐곱쯤 되어 보였다. 누렇게 바랜 셔츠에 낡고 닳아빠진 무명 바지를 입은 초라한 차림새에 등에는 불룩한 새 배낭을 짊어지고 손에는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초라해 보이는 나그네는 땀과 더위와 먼지 때문에 더욱 지저분해 보였다.


당시 디뉴에는 크루아 드 콜바라는 고급 여관이 하나 있었다. 나그네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겨 한길 쪽으로 나 있는 문을 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요리를 감독하느라 바빴던 주인이 화덕에서 눈도 떼지 않고 말했다.


"뭘 드릴까요, 손님?"

"식사를 하고 묵어갈까 하는데요."

"그렇게 하세요."

말하고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나그네를 훑어보았다.


사나이는 배낭을 벗어 문 옆에 내려놓고는 난롯가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디뉴는 산간 지방이라서 시월만 되어도 저녁이면 추웠다. 그가 등을 돌리고 불을 쬐고 있는 동안 주인은 쪽지에 뭐라고 쓰더니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는 시청 쪽으로 달려갔다. 사나이는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생각에 잠겨 앉아있었다. 아이가 그 쪽지를 다시 가지고 돌아왔다. 주인은 그것을 주의 깊게 읽어보고는 나그네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손님, 방을 드릴 수가 없군요." 사나이는 몸을 반쯤 일으켰다.

  

"뭐요? 돈은 있습니다. 먼저 돈을 지불할까요?"

"그게 아니오!"

"그럼 뭡니까?"

"남은 방이 없어요."

"마구간이라도 좋은데요."

"안 돼오."


"왜요?"

"말로 꽉 차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헛간 구석이라도 좋소. 그리고 우선 밥부터 먹고 봅시다."

"밥도 줄 수 없소."

"제기랄!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오. 오늘 해가 뜰 때부터 계속 걸었소. 120리나 걸어왔소. 돈은 낼 테니 먹을 걸 좀 주시오."


주인은 그를 쏘아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어. 당신이 들어온 걸 보고 생각나는 게 있어서 시청에 사람을 보냈었지."


그렇게 말하면서 주인은 쪽지를 사나이에게 내밀었다. 사나이는 그것을 힐끗 보았다. 주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난 누구한테나 공손하게 대하는 성격이야. 어서 나가."


사나이는 고개를 떨구더니 배낭을 집어들고 나갔다. 그는 한길로 나갔는데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만약 돌아보았다면 여관 주인이 손님들과 길가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큰 소리로 떠들어대면서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의심과 공포에 찬 눈초리를 보았더라면 자기가 나타난 것이 머잖아 온 시내에 화제 거리가 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여지없이 짓밟힌 사람들은 뒤를 돌아다보지 않는다. 저주스러운 운명이 뒤에서 따라오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한참 걸었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으레 그러듯이 피로도 잊은 채 낯선 길을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고픔을 느꼈다.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어디 쉬어갈 만한 곳이 없을까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고급 여관에서는 그를 내쫓았다. 그래서 허름한 주막이나 초라한 여인숙을 찾기로 했다.


마침 거리 끝에 있는 목로주점의 불빛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고 주인은 불을 쬐고 있었다. 쇠고리에 걸어놓은 냄비 속에서는 음식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하지만 식탁 앞에 앉아 있던 사나이들 가운데 생선장수가 하나 있었다. 그는 여기 오기 전, 삼십 분 전쯤에 여관 주인을 둘러싸고 있던 군중들 가운데 끼여 있었다. 그는 슬그머니 술집 주인에게 눈짓을 한 뒤 구석으로 다가가 그에게 낮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술집 주인은 벽난로 옆으로 돌아와 사나이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나가줘야겠어." 사나이는 주인을 돌아다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당신도 알고 있군요."

"그래."

"난 다른 여관에서도 쫓겨났지요."

"여기서도 나가 줘야겠어."

"그럼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다른 곳으로 가 봐."


사나이는 그곳을 나왔다. 여관부터 따라와 그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몇몇 아이들이 그에게 돌을 던졌다. 그는 화가 나서 뒤돌아보며 지팡이로 아이들을 위협했다. 아이들은 새떼처럼 흩어졌다. 그는 형무소 앞을 지났다. 초인종에 매달린 쇠줄이 문에 늘어져 있었다. 그는 종을 쳤다. 샛문이 열렸다.


"간수님." 그는 공손하게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오늘 하룻밤만 재워주실 수 없습니까?"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형무소는 여관이 아니야. 붙잡혀 오면 재워주지."

샛문은 다시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