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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찾습니다 - 김용의

Joyfule 2010. 7. 28. 10:27
   
 아내를 찾습니다 - 김용의   
아내의 일과는 초승달을 줍는 일이다
앞치마 끝단에 매달린 작은 주머니에
촘 촘하게 짠 그물을 치고
장 프랑스와 밀레가 그린 “이삭줍기”의 여인처럼
절망에 대한 지독한 내성으로
살찌워지지 않는 쭉정이를 주워 담는다
살며시 아내의 가슴을 보듬는다
촉촉함이 베어나던 맥박소리가 뽀송한 건초더미와 같다
남아 있던 한 방울의 물기마져 무색의 백지에 녹아들었다
석류처럼 붉어 쫑긋하게 솟은 유두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유혹했는데
붉은 과즙이 댕글하던 젖가슴엔
잔인한 시간만이 빈틈없이 꽂혀
숨소리까지도 그리워하던 사랑의 긴장은
까칠해진 흔적만 남았다
아내를 잃어버렸다
시장에도, 세탁소에도, 어디에도 아내가 없다
혼미해진 발길이 큰 길옆 동사무소로 향한다
주저하며 문을 열자 주민등록표 속에 숨어있던 아내가
세탁기에서 건져 올린 자신을 빨래줄에 널면서
베시시 웃는다 비누 거품에 휩싸여 있던
쭈그러진 시간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다
마른 웃음소리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