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궁금증 - 임병식
요즘 나의 머릿 속은 어떤 궁금증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아니 어떤 일로 골몰해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다. 자주 다니는 산책로의 어느 지점에서 언젠 부터인가 부근에 살고 있는 개 한마리가 나를 따르고 있어서다. 처음에는 그저 어쩌다 한번 그래보는 것이겠지 생각 했다. 한데, 그 후로도 게속하여 따라 오는게 아닌가.
놈은 내가 본격 등산로로 향하는 학교모퉁이를 돌아서 농아원 입구에 이르면 언제 보았는지 모르게 알아 차리고 나타난다. 그리고는 묵묵히 뒤따르기 시작한다. 그런 행동이 마치 자기가 할 일이라도 되는듯 하다. 녀석의 표정은 무뚝뚝하다. 본래 웃거나 눈웃음을 치는 족속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개와는 확연히 다르다.
끙끙 냄새를 맡거나 꼬리를 흔들지도 않는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동행을 한 후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멈춰서고서 마치 ' 잘 가시오'하거나 '내가 왜 저 양반을 따라갔지' 하는듯 맹한 얼굴로 바라본다. 그러니 녀석의 행동이 더 궁금해 지는 것이다.
놈은 발이 짧은 스피치종이다. 그런데 유독히 털이 길어 더펄더펄 한 것이 눈을 덮고 있다. 녀석의 정체는 알수가 없다. 꼬락서니를 보면 누가 버린 유기견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살이 피둥피둥 쪄있는 걸 보면 굶고 지낸것은 아닌것 같다. 녀석은 나를 알아보는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적어도 나를 자기를 해치지 않을 것으로 알아준 것은 고맙게 생각된다.
그런 녀석이 여간 긍금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그리워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작은 몸집에 다른 무리한테서 무시를 당해 나를 보호막삼아 따라 나선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람의 손길이 그리워서 그러는 것일까.나도 어엿한 보호자가 있다고 과시를 해보고 싶었을까.
일전에 텔레비전을 통하여 남극의 황제펭귄을 담은 영상물을 보았다. 거기서 보니 수컷이 암컷에게서 알을 인계 받아 그것을 자기 발등에 올려놓고 40여일을 품은 끝에 부화를 시키고 있었다.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어떻게 알을 발등에 올려놓아야만 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렇게 한 것일까, 신기하기만 했다. 영물이 따로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컷이 실수로 부화에 실패하자 암컷이 어디서 나타나 알을 어떻게 했느냐고 다그치는데 그 모습이, 사람의 행동과 다르지 않아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생명있는 것들은 무심하게 행동하는 것이 없다. 하다못해 하루를 살뿐이 하루살이도 손을 내져으면 자기를 헤치는줄 알고 어느새 피해버린다. 들판에 아무렇게나 내려앉은 참새도 한군데에 시선을 두는 법이 없다. 그것을 생각하니 한동안 건성으로 보던 고양이가 생각난다. 생각없이 눈앞에서 내달리기만 한줄 알았는데 그렇게 행동해야만 할 일이 있다는 인식이 스친다.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산책길을 따라 나서는 개도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구체적으로는 예컨대 먹을 것을 달라거나 자기를 좀 보호해 달라는 의사표시가 이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의사소통의 단절로 그 속내를 알수가 없기에 그저 외로움 탓으로 애써 돌려본다. 녀석의 지능을 감안해본 생각이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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