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기다림 - 이의웅
한 줄기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그대는 가고 나만 남았다
꽃자리 펴고 기다리겠다는 언약은
언덕 위의 푸른 달빛으로 남았는데
꺾인 허리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한잎 두잎 낙엽은 휘날리고
툭툭 열매 떨어지는 소리에 스며드는
싸늘한 세월
느릿한 풀벌레의 애잔한 눈빛이 서럽다
한오라기 바람도 그리운 날
쓰러져라 엎어져라 부대끼면서
꺾인 허리로 홀로 피리만 불어야 할거나
등굽은 굴참나무 아래 얼비취는 그대
정녕 지울 수 없는 한줄기 바람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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