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보존 법칙 - 차윤환
산이 겨울 빗장을 푼다
열역학 제1법칙을 넘어서지 못하는
얼음 박혔던 골짜기가 물소리로 일어서면
볕은 바늘 침으로 땅을 찔러대고
기슭에 잠들었던 씨앗들이
자다가 깬 오줌싸개 아이처럼 보챈다
씨눈에 새긴 모태의 근원을
한두 눈금씩 흉내 내어 베껴나가면
간지럼 타는 잎들이 줄기마다 매달리고
묵은 털 벗은 짐승들은
젖은 몸을 말리고
달아오른 열(熱)은
광합성의 단맛에 취해
엽록소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
무진장으로 늘려나가는 초록의 무게
그래도 땅은 여전히 제 궤도 위에서 건재하다
졸음 겨운 오후가 먼 종탑에 걸려
방과 후 아이들은 일제히 능선으로 치닫고
어슬렁어슬렁 내려온 산 그림자에
마을 길모퉁이가 어언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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