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10. 프로가 되려면 혼자 살아라
글을 써서 밥을 먹다보니 내 주변에는 출판이나 잡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디자이너도 있고 사진장이들도 있는데 여자들의 경우 아직도 많은 수가
시집을 가게 되면 기껏 해왔던 일들이 말짱 꽝이 된 채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것이다.
요즘 신세대 남자들이야 제 여편네 직장 못 내보내서 안달이라지만
30쯤 넘은 남자만 돼도 대부분 여자란 시집 오면 집에서 살림하고 애나 기르며
밤에는 창녀처럼 남편을 죽여주는 일만 해야 함이라고 못을 박아 아내를 기절시킨다.
이런 남자를 만나면 일찌감치 인생 포기하고
신사임당 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왜? 투쟁한다고 맞서봐야 터지고 깨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찢어지는(이혼) 불상사도 감내해야 하니까.
애 뺏기고 이혼 당한 채 제 인생 제 갈 길로 가겠다고 나서봐야 이미 때를 놓친 뒤다.
그러므로 한 사회인으로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인생을 찾아가려면 혼자 살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낫다.
괜히 짱구를 굴린다고 나중에도 사회활동을 보장하마는 남자의 약속만 믿고
결혼했다가는 이게 아닌데 하고 후회하기 십상이다.
남자란 하나같이 똑같아서 아내가 돈 벌어오는 맛에 직장에 내보내지만
그러면서도 저녁에는 제 시간에 칼같이 들어와
맛있는 찌개 끓여놓고 다소곳이 기다려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아내가 야근한다, 회식이다 해서 좀 늦게 들어오면
짜증을 내고 트집을 잡아 난리를 치는 것이다.
아무리 성인군자하고 살아도 사람이 어디 맨날 봄날일 수야 있겠는가.
더러는 괜히 마누라가 밉살스러워서 이유 없이 시비를 걸기도 한다.
고로 피해자는 여성일 수밖에 없다.
심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인이 간호사인 한 남자는 아내가 밤근무가 걸린 날엔 아예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불 꺼진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처음에는 술을 퍼마시고 돌아다니다가
나중에는 포커에 손을 대 월급 날리고 빚까지 걸머지게 되었다나.
좀 잘 살아보겠다고 한 맞벌이가 도로아미타불이 된 경우이다.
상상해 보라.
당신은 밖에서 성취감에 희열을 느끼며 일에 미쳐 있을 때
서방이라는 작자가 술 퍼마시고 다니며 노름이나 한다면
한편으로는 돌아버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재삼 말하는데 결혼보다 일이 좋고 자기 분야에서 끝장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아예 결혼할 꿈도 꾸지 말 일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간 모두 놓친다.
한 마리만 확실히 잡아라.
아이 낳고 서방님과 오손도손 사는 게 좋다면
꿈이고 뭐고 다 버린 채 살림에만 매달리고,
내가 미쳤냐. 내가 애 낳고 살림하려고 세상에 나왔냐.
그러느니 차라리 자살을 하고 말지 하는 사람이라면
남자 보기를 돌처럼 하고 일에 미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