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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11. 남자가 친구로 남을 수 없는 이유

Joyfule 2021. 7. 9. 04:24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11. 남자가 친구로 남을 수 없는 이유
적지 않은 여자들에게 한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 
남자들끼리, 또는 여자들끼리는 친구가 되는데 
남자와 여자 이 둘은 왜 친구가 안된다는 걸까? 하는 의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성끼리는 친구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인가? 
미안하지만 정답은 없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혹시 남과 여라는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다. 
이 유명한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은 빨리 비디오 가게에 가서 빌려 봐라.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견될 만한 명작이다. 
이 영화에는 과부와 홀아비가 나온다.
아이들 학교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면서도 
과거 즉 자살한 아내와 영화 촬영 도중 폭사한 남편에 대한 기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 갈등하다가 나중에는 이를 극복하고 결합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의 갈등(저 인간이 좋기는 하지만 
과거의 아내 또는 남편에 대한 기억이 그것을 방해한다)의 실체가 
성이 다르다는 데 있다고 봤다. 
만약 두 과부가 영화의 주인공이었다거나 
두 홀아비가 나왔다면 얘기는 아주 쉽게 풀어진다. 
사랑할 필요 없이 그저 꾸역꾸역 만나 아이들 얘기나 하면서 친구가 되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둘은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생식기가 다르다. 
물론 두 과부나 홀아비가 동성연애자라면  얘기가 왕창 달라지고 복잡해 지지만 
이런  경우는 아직 반사회적이니 그만두고  
하여간 남과 여니까 영화스토리가 재미있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의 우정과 사랑은 구별하기가  매우 힘들다.
한쪽이 성철 스님처럼 도를 통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보통 사람이라면 이게 우정인지 사랑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우정에는 섹스가 없다. 
하지만 사랑에는 섹스가 있다. 
내가 대학 다닐 때다. 
나를 좋아했던 여자와 만났는데 어딜 갔다 오다가 헤어질 무렵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나는 그녀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서던 참이었다. 
그 때 그녀가 내게 뭐라고 했는 줄 아는가? 
당신이 남자만 아니었으면 같이 자면서 밤새 얘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헤어지기가 아쉬워 내게 한 이 한 마디는 정말 명언이었다. 
동성이었다면 섹스에 대한 부담 없이 같이  밤을 보내고 싶다는 
그녀의 이 말에 모든 답이 들어있다. 
내가 만약 그녀의 여자 친구였다면 이런 말은 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친구와 밤을 새며 얘기를 나눈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한 이불 속에서 미주알고주알 속삭이며 낄낄거리다가 
새벽녘에야 잠에 빠져든 기억은 아마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갖고 있다. 
하지만 남자 친구와  밤새 이랬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쳤냐, 남자랑 한 이불 덮고 밤을 새게! 이럴 사람이 더 많지. 
그러니까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물론 이 말에도 반박의 여지는 있다. 
왜 우정에 섹스를 개입시키는가. 
우정과 섹스는 별개의 문제이다. 
당신, 섹스에 환장한 사람이 아니야?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둘 다 섹스에 초연해질 수 있다면  이성간에도 우정은 있다. 
또 우정을 가진 친구면서 섹스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럴 자신이 있다는 건가? 
나는 저 남자와 친구야. 우린 가끔 여관에도 가지. 
누구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그 남자와 곧 결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말만 잘하면 한 번 할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신은 이런 오해와 편견을 극복해내야만 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섹스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비극이다. 
정말 괜찮은 남자, 아는 것도 많고 남의 말도 잘 들어주며 
아버지 같은 남자라서 한 번쯤 같이 밤새워 얘기라도 나눴으면 좋겠는데,
제기랄 그러다가  별안간 내 끝내주는 몸매에 이성을 잃고 날  덮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  때도 저 남자가 괜찮아 보일까? 
나는 그만큼 진보주의자인가? 
아직도 세상은 순결 타령인데, 남자가 친구로 삼을 만한 사람이라면 
그가 설사 팬티를 내려도 상관없을까? 
그러다가 그가 결혼을 하자고 하면 마음은 없지만 그냥 해버려? 
당신이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